이탈리아서 가장 부유한 롬바르디아, 왜 코로나19 거점됐나

입력 2020-06-05 19:02  

이탈리아서 가장 부유한 롬바르디아, 왜 코로나19 거점됐나
주당국의 미숙한 초동 대처에 상대적으로 부실한 의료체계 등 거론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경제·금융 중심지 밀라노가 있는 지역.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지역. 이탈리아 20개 주 가운데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지역. 북부 롬바르디아주(州)다.
하지만 롬바르디아는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거점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4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이탈리아 전체 누적 확진(23만4천13명)의 38.3%(8만9천526명), 전체 사망(3만3천689명)의 48.1%(1만6천201명)가 롬바르디아에서 발생했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 모두 20개 주 중 압도적인 1위다.
부유한 롬바르디아가 왜 이렇게 큰 피해를 봤을까.
우선 롬바르디아주 당국의 허술한 초동 대처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다.
롬바르디아에선 올 1월 중순 독감 증세를 동반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속출했으나 주 보건당국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일례로 밀라노 출신 한 64세 여성은 1월 20일 독감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으나 단순 독감 처방만 받았다.
이후 병세가 악화해 2월 14일 입원했고 그달 말에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을 진료한 의사 이르벤 무시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초기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노력했지만, 당시는 중국을 방문했거나 중국인과 접촉한 이들만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며 "이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 가운데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이런 정황으로 미뤄 2월 21일 롬바르디아주의 작은 마을 코도뇨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는 이미 지역 감염이 손을 쓰기 어려울 정도로 진행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롬바르디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데 대해선 경제 논리에 밀려 지난 20년여간 쇠락해온 보건의료시스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롬바르디아는 오랫동안 이탈리아 우파의 거점 역할을 했다.
1995년부터 2013년까지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중도 우파 성향의 '전진 이탈리아' 출신 정치인이 주지사를 지냈고, 이후 극우 정당 '동맹'이 이 자리를 넘겨받았다.
이들은 민영 의료체계 활성화에 힘을 실었고, 경제적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민영 체제와 공적 시스템이 서로 경쟁하도록 했다.
공공 의료기관의 의사와 병상은 급격히 줄었고, 의료장비는 부실해져 갔다.
소위 '돈이 되는' 분야에만 투자한 민간 의료기관들의 행태도 의료시스템 부실에 일조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감염병 분야는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됐고, 결국 바이러스 사태의 막대한 인명 피해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최근 동맹 소속 아틸리오 폰타나 주지사가 심각한 수준의 협박·모욕에 시달리며 경찰의 신변 경호까지 받게 된 배경에는 우파 정부의 실정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롬바르디아가 중국을 비롯해 외국과의 경제 교류가 가장 활발한데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다는 점 등을 피해가 집중된 원인으로 꼽는 분석도 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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