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의 후텐마 비행장 헤노코 해안매립지로 이전, 난항 이어질 듯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오키나와(沖繩) 주둔 미군 기지 재편의 핵심인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의 헤노코(邊野古) 이전을 반대하는 세력이 7일 치러진 오키나와현 지방의회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유지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오후 8시 마감한 투표에서 헤노코 이전 반대 세력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총 48석이 걸린 이번 선거의 최종 결과는 8일 새벽 확정될 전망이다.
기존 의석(공석 2석)은 이전에 반대하는 다마키 데니 지사 지지파(공산당·사민당·오키나와사회대중당·무소속 등)가 26석, 이전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찬성파(자민당·공명당·무소속 등)가 20석을 갖고 있었다.
이전 반대파가 과반 의석을 유지함에 따라 현재 기노완(宜野彎)시에 있는 후텐마 비행장을 나고(名護)시의 헤노코로 이전하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계속해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과 미국 정부는 기노완시의 도심이 확장되면서 후텐마 비행장을 둘러싼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자 1990년대에 기지 이전 방침을 정하고 대상지로 헤노코 해안지대를 골라 이전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대다수 오키나와 주민은 새 기지 조성을 위한 해안매립이 해양환경을 파괴하고 주민 안전에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 같은 이전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이와 관련한 오키나와 주민 투표에서 72%가 이전에 반대하는 표를 던졌지만 일본 정부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전 지사가 췌장암으로 사망해 2018년 9월 치러진 보선에서 자민당 추천을 받은 후보를 꺾고 당선한 다마키 데니(玉城デニ?) 현 지사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민의를 앞세워 후텐마 기지의 폐쇄와 헤노코로의 이전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대 속에 잇단 소송전에 휘말려 중단했던 헤노코 해안 매립공사를 작년 12월 재개했지만 보강 공사가 필요한 연약 지반이 발견되면서 완공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연약지반 보강을 위해서는 오키나와현이 승인하는 설계변경이 필요하지만 다마키 지사는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제기한 설계변경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어 오키나와현과 중앙정부 간의 법적 다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마키 지사는 같은 입장인 기지 이전 반대파가 지방의회 과반 의석을 유지함에 따라 향후 중앙정부와의 법적 다툼에서 지방예산을 활용한 소송 비용 조달이 쉬워지는 등 기지 이전 반대 싸움을 벌여나가기에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반면에 일본 정부로서는 헤노코 매립지역의 연약 지반 보강 공사를 위한 설계변경조차도 어려운 처지가 이어지게 됐다.
또 기지 이전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이미 2030년 이후로 늦춰진 후텐마 비행장의 환수 일정은 한층 안갯속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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