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반대시위 자극하는 트럼프에 대해 우회적 비판도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의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가운데 수천 명을 오는 9월까지 감축 지시했다는 보도와 관련, "양국이 긴밀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지만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마스 장관은 7일 일요지 빌트암존탁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감축 지시 보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 최근 양국 간의 관계가 불편해진 점을 지적한 것이다.
마스 장관은 "수십 년간 발전한 미군과의 협력 관계를 중시한다"면서 "이는 양국에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통신은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서 미군을 9천500명 가까이 감축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주독 미군은 3만4천500명 규모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독일을 상대로 군사비 지출 증액을 요구하고 독일의 대미 무역 흑자를 지적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아직 주독 미군 감축 보도에 대한 공식 확인은 나오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독일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감축 계획에 대해 공식적으로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에도 주독 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폴란드에 미군 1천명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히면서, 주독 미군을 이동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마스 장관은 빌트암존탁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선 캠페인이 미국을 양극화하고 포퓰리즘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국제사회에서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한 뒤 벌어진 국면에 대해선 "긴장된 상황에서 더 폭력을 위협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자극하는 발언을 잇달아 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반인종차별 시위 국면과 관련해 대응을 잘했다면서 "양 진영의 책임 있는 목소리가 있다는 희망을 주었고, 분별 있는 사람이 승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독일 정치권에서는 주독 미군 감축 보도와 관련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 소속 요한 바데풀 의원은 "그 계획은 다시 한번 트럼프 행정부가 지도자의 기본적인 임무, 즉 동맹국이 의사 결정에 관여하도록 하는 것을 무시한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기민당 소속인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위원장도 유감스럽다고 밝히고 미군 감축이 필요한 사실에 근거를 둔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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