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도시서 동시다발로 벌어져…의사·간호사도 거리로 나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반대 시위로 극심한 갈등을 계속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시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뒤로 한 채 세 대결 양상을 보이며 시위 규모가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브라질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 세력과 반대 진영이 주도한 시위가 동시다발로 벌어졌다.
수도 브라질리아에서는 이날 오전 대통령궁과 연방대법원, 연방의회 사이에 있는 삼권광장을 중심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이 차단선을 설치해 시위대가 직접 충돌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보우소나루 반대 시위대는 '파시스트 보우소나루 퇴진' '인종차별주의 반대' 등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
보우소나루 지지 시위대는 '자유' '가족' '군부의 정치 개입' 등을 촉구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대통령궁 밖으로 나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으나 연설을 하지는 않았다.
최대 도시 상파울루의 중심가인 아베니다 파울리스타에서는 오전 10시께부터 미국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집회에 이어 11시부터는 보우소나루 지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아베니다 파울리스타에 있는 상파울루주산업연맹(Fiesp) 앞에 모여 거리행진을 했으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시위 참여 자제를 촉구한 탓에 규모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5일 중서부 지역의 야외병동 완공식에서 연설을 통해 자신을 비난하는 시위대를 '테러리스트' '마약 중독자' '부랑자' '실업자들' 등으로 부르면서 지지자들에게 시위 현장에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오후 2시께부터는 상파울루 서부 핑예이루스 지역에서 좌파 정당과 시민단체 주도로 보우소나루 반대 시위가 진행됐다.
"우리는 저항할 것"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앞세운 시위대는 '민주주의 수호' '보우소나루 퇴진' 등을 주장했으며, 시위에 맞춰 주거지역에서는 냄비와 프라이팬 등을 두드리며 보우소나루 퇴진을 촉구하는 '냄비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는 친-반 정부 시위를 같은 지역에서 동시에 벌이지 못하도록 한 법원의 결정에 따라 장소와 시간을 달리해 벌어졌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아베니다 파울리스타에서 보우소나루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대와 보우소나루 지지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여러 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3시간 넘게 혼란이 이어진 바 있다.
이날 상파울루시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보건 전문가들이 참여한 시위도 벌어졌다.
이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보건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앞세운 채 거리행진을 했다.
이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태가 코로나19 피해를 더 키우고 있다"면서 "민주주의가 끊임없이 위협받고 보건부가 해체되는 상황에 더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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