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총통이 '코로나 영웅'에게 명령했다…"제발 좀 쉬세요"

입력 2020-06-08 11:17  

대만총통이 '코로나 영웅'에게 명령했다…"제발 좀 쉬세요"
8주간 코로나19 환자 '제로'…'신생활'로 방역 수위 낮춰
대만 누적 확진 443명, 사망자는 7명 그쳐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꼭 쉬면서 가족들을 좀 챙기세요. 총통의 명령입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전쟁을 지휘하는 사령관인 천스중(陳時中) 위생부장(보건장관)에게 공개적으로 '휴식 명령'을 내렸다.
대만 내부에서 8주 연속 코로나19 환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방역 수위를 완화한 것을 계기로 그간 좀처럼 집에조자 들어가지 못한 천 부장에게 휴식을 강력히 권고한 것이다.
차이 총통은 7일 밤 페이스북에서 "8주 연속 대만 본토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오늘부터 '방역 신생활'이 정식으로 시작된다"며 "새 단계에 접어들어 방역 관련 제한이 순차적으로 완화되면서 대만은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뗐다"고 밝혔다.
차이 총통은 중앙전염병지휘센터 지휘관을 맡은 천 부장을 '아중(阿中) 부장'이라고 부르며 각별한 감사의 뜻을 밝혔다. 중화권에서는 상대방 이름 끝자에 아(阿) 자를 붙여 친근함을 나타낸다.
그는 "보건복지부의 아중(阿中) 부장과 동료들이 최근 밤낮으로 자리를 지켰고, 이제는 반드시 쉬면서 가족을 챙길 때"라며 "이것은 총통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이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 모범 사례로 부상한 가운데 치과의사 출신인 천스중 부장은 대만인들에게서 '방역 영웅'으로 떠올랐다.
최근 신대만국책싱크탱크의 여론조사에서 천 부장 지지율은 무려 93.9%로 차이 총통보다도 훨씬 높았다.
대만이 코로나19로 위협받는 동안 천 부장은 '지휘관'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센터에서 거의 숙식을 했다.
우리나라 중앙 행정부처의 국장실 정도 되는 크기의 그의 사무실 책상 뒤에는 바퀴가 달린 '야전 침대'가 놓였다.
차이 총통은 집권 2기가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달 19일 전염병지휘센터의 천 부장 방을 찾아가본 뒤 "천 부장은 잠을 조금밖에 자지 못하고, 그나마도 지휘센터에서 쪽잠을 잔다. 정말 감탄하고 감동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묵묵히 소임을 다하면서 자신을 빛내지 않는 천 부장의 소탈한 모습은 그가 대중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천 부장은 지난 20일 센터 동료들과 함께 차이 총통의 2기를 여는 취임식 행사에도 초대받았다.
차이 총통이 취임 연설 중 특별히 '방역 영웅'들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해 청중에게 박수를 청할 천 부장은 자신은 계속 앉은 채 주변 동료들만 일으켜 세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에 차이 총통이 웃으며 "모두 일어나라"고 말하자 그제야 천 부장은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박수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산 지역을 대상으로 한 신속한 입경 제한 및 방역 강화 조치와 중앙전염병지휘센터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방역 조직 운영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대만이 코로나19 방역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스크를 공적 의료 물품으로 관리해 '마스크 대란'을 최소화하는 아이디어도 대만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는 등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대만의 경험은 세계 여러 다른 나라에 영향을 끼쳤다. 대만에서는 학교 개교 등 생활 정상화도 세계 주요 지역 중에서 가장 빨랐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2020년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된 곳도 대만이다.
8일 현재 인구 2천300만명인 대만 내 누적 코로나19 환자 확진 환자와 사망자는 각각 443명과 7명에 그쳤다. 코로나19 영향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의 상황까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재까는 세계 주요 다른 국가·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다만 대만이 본격적인 일상 회복을 꿈꾸고 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관한 경계심은 여전하다.
차이 총통은 "방역 신생활이 시작돼 문밖에 나가는 일이 많아지더라도 깨끗이 손 씻기, 사회적 거리 유지, 마스크 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달라"며 "모든 이가 노력할 때 방역 성과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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