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나운 개" 트윗 공격에 바우저 시장 "겁먹은 사람" 맞대응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백인 경찰관에 의한 흑인 사망사건으로 미국내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백악관 바로 앞 도로에 '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를 새겨넣은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여성인 그는 흑인이자 민주당 소속이다.
바우저 시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백악관과 마주하는 라파예트 광장 앞 16번가 도로에 노란색 페인트로 이 문구를 새기도록 했다.
바우저 시장은 당시 "백악관 앞 16번가 구역은 이제 공식적으로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광장'"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6일에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문구 바로 옆에 '경찰 예산을 삭감하라'(Defund the Police)는 문구가 더해졌다. 이는 'BLM DC'의 활동가들이 주도한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7일 "시위대는 정치인들의 경찰개혁 약속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기 위해 이를 새겨넣었다"고 보도했다.
바우저 시장은 이날 ABC 방송에 출연, 추가로 새겨진 문구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벽화의 부분이 아니다. 우리는 표현을 장려한다"고 했다.
추가 문구를 제거할거냐는 질문에는 "사실 그것을 검토할 기회가 없었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그는 "사람들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광장'에 모여 힐링하고 조직화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백악관 앞 거리 문구 작성은 바우저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두 사람 간 대립 표면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워싱턴DC 시위 상황과 관련해 트위터에 "항상 돈과 지원을 구하는 민주당 시장은 경찰이 개입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썼다.
또 시위대가 백악관 울타리 근처로 접근했다면 '가장 사나운 개'와 '가장 험악한 무기'를 만났을 것이고 정말 심하게 다쳤을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바우저 시장을 '사나운 개'라고 표현하며 인신공격한 것이다.
이에 바우저 시장은 시위대와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시민을 보호하겠다며 "사나운 개와 험악한 무기는 없다. 단지 겁먹은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공교롭게도 이 트윗은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지하 벙커로 피신한 다음 날 나온 것이었다. 마치 트럼프 대통령을 '겁먹은 사람'이라고 지칭한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벙커 피신 사실이 31일에야 보도로 알려진 만큼 바우저 시장 측은 트윗 당시에는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백악관은 백악관 앞 도로 위 문구를 심각하다고 보고 바우저 시장에게 경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우저 시장은 굴복하지 않았다.
지난 6일 그는 시위대와 함께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광장'을 행진하면서 또 다른 한 방을 날렸다. "오늘 우리는 '아니오'라고, 11월엔 '그 다음'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WP는 바우저 시장이 평화 시위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도전적인 표현의 거리 예술을 통해, "법과 질서"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을 질책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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