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비 경찰 수 최다…강경파 경찰총수 취임 후 '공격적'
인권단체 "정부, 경찰력 남용하면 홍콩은 '경찰사회'로 전락"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강행하면서 홍콩 내 범민주 진영에 대한 전면적 무력화에 나선 가운데 홍콩의 경찰력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의회가 전날 승인한 2020∼2021년도 예산안에는 경찰 정원을 기존보다 7% 늘려 3만8천여 명까지 증가시키는 경찰력 강화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홍콩의 인구 10만 명 대비 경찰 수는 내년에 442명에 달해 최근 20년 동안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홍콩의 인구 대비 경찰 수는 지난 2002년 428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줄어들어 2007년 이후 400명 밑으로 떨어졌으나,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 이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 운영 예산도 전년도보다 무려 24.7%나 늘어 219억 홍콩달러(약 3조4천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61억 홍콩달러(약 9천400억원)는 소총, 최루탄, 방패 등 시위 대응 장비를 구매하는 데 쓰이게 된다. 이는 전년도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강화된 지원을 바탕으로 홍콩 경찰은 시위에 대해 공격적인 선제 진압 전술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홍콩 경찰은 평화 행진이 다 끝난 후 화염병, 돌 등을 던지는 시위대의 과격 행위가 도심 곳곳으로 확산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진압에 나서는 방어적인 시위 진압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9일 강경파인 크리스 탕이 홍콩 경찰 총수인 경무처장에 임명된 후 홍콩 경찰은 폭력 행위나 불법 시위가 발생하자마자 시위 진압에 나서는 강경하고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선제 진압 방식을 채택한 결과 지난달 27일 도심 시위 때는 시위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이 전면적인 시위대 체포에 나서 무려 360여 명을 순식간에 체포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찰의 공격적 전략이 최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홍콩보안법 강행에도 불구하고 홍콩 내에서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등이 적극적으로 벌어지지 않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홍콩 재야단체는 당초 오는 12일에도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1주년 기념 집회를 열려고 했으나, 경찰의 불허에 이를 일주일 연기하고 12일에는 시내 선전전만을 전개하기로 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시위 진압 과정에서 무려 1만6천223발의 최루탄과 1만108발의 고무탄, 2천33발의 빈백 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 등을 발사했으며, 19탄의 실탄도 발사했다.
이로 인해 1천700여 명이 부상했으며, 학생 3명은 실탄에 맞았다. 550여 명의 경찰도 다쳤다.
크리스 탕 경무처장은 언론에 대해서도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발생한 후 같은 해 11월까지 홍콩 경찰이 언론사에 항의 서한을 보낸 것은 6번에 불과했다.
하지만 크리스 탕 경무처장 취임 후 지난달까지 경찰이 언론사에 항의 서한을 보낸 것은 무려 81차례에 달한다. 특히 시위대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빈과일보에는 항의 서한을 62번이나 보냈다.
홍콩 공영방송 RTHK의 한 프로그램이 경찰을 풍자하는 내용을 내보내자 경찰이 이에 강력하게 항의해 결국 이 프로그램이 폐지되기도 했다.
이러한 경찰의 공세적 전략이 홍콩인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콩 인권단체 민권관찰은 "홍콩의 경찰력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감시할 제도는 갖춰져 있지 않다"며 "정부가 경찰을 동원해 반대 목소리를 억누른다면 홍콩은 '경찰 사회'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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