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결핍 동물이 사망하는 이유, 뇌가 아닌 장에 있다

입력 2020-06-09 17:11  

수면 결핍 동물이 사망하는 이유, 뇌가 아닌 장에 있다
초파리 실험서 장의 '반응성 산화 종' 누적 확인
하버드 의대 연구진, 저널 '셀'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수면이 부족하면 피로감, 주의 산만, 조급증 등이 생긴다.
그러나 수면 결핍이 장기간 누적되면 방향 감각 상실, 편집증, 환각 등 심각한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인간의 사례로 확인된 건 없지만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1983년 미국 시카고에 기반을 둔 연구팀은 생쥐 실험에서 장기간 잠을 안 재울 경우 사망에 이른다는 걸 입증했다.
동물은 왜 잠을 못 자면 생명을 잃을까.
미국 하버드 의대 과학자들이 수면 부족과 때 이른 사망의 인과관계를 초파리 실험에서 밝혀냈다. 관련 논문은 저널 '셀(Cell) 최신 호에 실렸다.
초파리는 많은 수면 조절 유전자를 인간과 공유해 이런 유형의 실험 모델로 많이 쓰인다.
9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수면이 부족한 초파리는 장에 '반응성 산화 종(ROS; reactive oxidative species)'이 누적돼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ROS는 아주 반응성이 높은 산화 분자인데 다량의 ROS에 노출되면 DNA 손상 등으로 생명을 잃는다.
하버드 연구팀의 실험에서 초파리는 잠을 안 재운 지 10일이 지나자 ROS 누적과 뇌 조직 손상 등 사망 징후가 정점에 달했고, 20일이 되기 전에 모두 죽었다.
ROS는 지속해서 수면이 부족한 초파리의 장에만 축적됐고, 항산화 물질로 ROS를 제거한 초파리는 활력을 회복해 정상적인 수명대로 살았다.
ROS가 수면이 부족할 때 장에 축적된다는 건 별도의 생쥐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수면 부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보고된 이후 그 기전을 밝히려는 연구는 대부분 수면의 발원지인 뇌에 집중됐다. 그러나 뇌 연구에선 누구도 결론을 내릴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드라가나 로굴하 신경생물학 조교수는 "장이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도 예상 밖이었지만 수면 부족에 따른 조기 사망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더 놀라웠다"라면서 "장의 ROS를 중화하면 예외 없이 초파리를 살릴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