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 정제마진 일부 '플러스' 회복
락다운 해제로 수요 청신호…국제유가도 상승세
"정유 업계 다운 사이클 아직 1∼2년 남았다"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사상 최악의 1분기를 지낸 국내 정유 업계에 이달 들어 회복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글로벌 락다운(lockdown)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석유제품 수요 반등에 대한 기대가 커진 탓이다.
하지만 코로나 영향과 정유 업계 사이클을 봤을 때 최소 1년 이상은 불황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SK이노베이션[096770],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달 들어 정제마진이 플러스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 정유사는 정제마진이 배럴당 8달러까지 뛰어올랐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것으로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앞서 국내 정유사 정제마진은 올해 1월부터 마이너스에 접어들며 업계에선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곡소리가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전 세계로 확산하며 4개 기업 1분기 적자는 4조원을 넘어섰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5월부터 활동 제한이 풀리면서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며 "최악의 시기는 지난 셈"이라고 말했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 주요 수출국인 미국 휘발유 수요는 지난주 코로나19 이전의 80% 수준까지 회복했다.
또한 오피넷에 공개된 이달 국제 휘발유 가격을 보면 지난 3월 초 이후 3개월 만에 배럴당 40달러대로 올라섰다. 국제 유가 폭락 당시보다 2배 이상 상승한 가격이다.
대신증권[003540] 한상원 연구원은 "향후 수요는 6∼7월 회복 국면을 거쳐 8월 이후 정상화할 것"이라며 "점진적 정제마진 상승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증권가 컨센서스(실적 전망치)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2분기 적자가 1천억원 이하로 축소되고, SK이노베이션도 1분기 2조원에 육박했던 적자 규모가 6천억원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정유사 관계자는 "제품가격이 원유가격보다 상승 폭이 작다"며 "2분기가 1분기보다는 좋겠지만 본격 회복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유 시장의 업황 사이클이 통상 3년 주기로 반복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1년 이상은 불황기가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정유 4사는3 2018년 4분기 호황기가 시작된 지 4년 만에 급격한 수요 부진을 겪기 시작했다. 중국·미국 정유사 설비 증설, 전반적인 수요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은 락다운 해제 이후의 수요 회복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며 "코로나 장기화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정유 업계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콕' 일상화, 해외 여행 감소, 전기차 사용량 증가 등 새로운 추세가 정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005940] 황유식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생활패턴 변화로 정유 제품 수요 회복에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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