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꽂고 어민들 못 들어오게 막아…권력자들도 바다 '세 주기'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에서 바다가 자기 것인 양 불법으로 점유해 새조개를 양식하는 이들과 이를 채취하려는 어민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총기까지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간 방콕포스트는 10일 남부 수랏타니주 앞바다에서 새조개 양식업자 한 명이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발사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양식업자는 자신 소유라고 주장하는 해상 양식장에 배를 타고 들어온 어민 300여명을 쫓아내는 과정에서 제트스키를 탄 채 권총 수 발을 발사했다.
그는 경찰에서 어린 새조개를 220만 밧(약 8천500만원)어치나 사 양식장에 풀어놓았다면서, '자기 양식장'에 들어온 어민들을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번 사건은 최근 수랏타니주에서 해상 양식장이 자신들 소유라고 주장하는 양식업자들과 인근 어민 간 충돌의 연장 선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양식업자들은 많은 돈을 투자해 앞바다를 사유 양식장으로 개발해 돈이 되는 새조개들을 키우고 있다.
수랏타니주에서만 6곳에서 30만 라이(4억8천만㎡)를 점유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은 사유 양식장임을 나타내기 위해 바다에 대나무를 꽂아 두는 것은 물론 해상에는 가건물을 띄워놓고 어민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다.
가건물만 해도 1천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어민들은 바다는 사유 재산이 아닌 만큼 조개들을 채취할 권리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해군과 지방 정부는 불법 점유 중인 해상 양식장을 반환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윗차웃 찐또 수랏타니 주지사는 5.4㎞의 해안에 접한 바다는 사유 재산이 아니며 어민들은 거기에서 새조개를 잡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영향력 있는 인사들조차 양식업자들에게 바다를 '세 주는' 것으로 알려져 해군과 지방 정부의 다짐이 실천으로 옮겨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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