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침체 위기에 자국민 고용 늘려…코로나19 치료비용 부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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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외국인 인력 의존도가 높은 중동 걸프 지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이들 인력을 감축하고 자국민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다.
쿠웨이트 석유부는 내년까지 국영 석유사(KPC), 국영 에너지 관련 기업과 자회사 등 석유 부문에 외국인을 더는 고용하지 않겠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쿠웨이트 국영 KUNA통신은 이번 정책과 관련 "쿠웨이트는 외국인이 다수인 나라가 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해설했다.
쿠웨이트의 인구 442만명 가운데 외국인이 약 70%를 차지한다. 2018년 기준 쿠웨이트 정부 부문 인력의 25%가 외국인이다.
외국인의 비율이 45%인 오만 역시 공공 부문 직원을 자국민으로 모두 대체하기로 하고 내년 7월까지 각 정부 부처와 국영기업, 공공 기관에 '일자리 오만화' 일정표를 짤 예정이다.
카타르 정부도 1일부터 관공서를 포함해 공공 부문에서 외국인 인건비를 30%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외국인 인력을 해고하거나 임금을 삭감하고 주택 보조, 휴가용 귀국 항공권과 같은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인구가 281만명으로 적은 편인 카타르는 경제 활동 인력의 95%를 외국인에 의존한다.
이들 정부가 공무원과 국영 회사를 신호탄으로 외국인 인력을 본격적으로 감축하는 것은 그간 추진한 자국민 고용 증대 정책이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가속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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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외국인 인력이 대거 본국으로 귀국하면서 인력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에 의존하는 걸프 지역 산유국은 산업 전 분야에서 지장을 겪고 있다.
이번과 같은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외국 인력을 자국민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셰이크 사바 알칼리드 알사바 쿠웨이트 총리는 4일 "전염병 확산과 유가 하락이라는 위기를 맞아 전체 인구 중 외국인의 비율을 현재의 절반 이하인 30%로 줄여 큰 불균형을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쿠웨이트 의회 의원들이 특정 국가가 전체 인구의 15%를 넘지 않도록 거주 비자 발급을 국적별로 할당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이들 의원은 "인구 구조의 불균형으로 최근 수년간 경제·사회적 문제가 커졌는데 코로나19 위기 속에 더 두드러졌다"라고 진단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자국민화 정책으로 자국민의 소득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것도 또다른 목적이다.
쿠웨이트에서는 일부 유명 인사가 외국인 이주 근로자가 병상을 차지하는 바람에 정작 쿠웨이트 국민이 코로나19에 걸려도 치료받을 수 없다면서 감정적으로 '외국인 퇴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걸프 산유국에서는 위생 상태가 열악한 저임금 외국 이주 근로자의 단체 숙소에서 코로나19가 수만명씩 집단 발병하자 이들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어려워진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4월 수용 시설에 있는 외국인을 대거 사면해 자국으로 송환하기도 했다.
외국인 인구 비율이 90%인 UAE는 외국 정부가 UAE에서 일하는 해당국 국민을 철수하라는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 향후 취업 비자 발급을 제한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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