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흑인 여아를 성노예로'…伊 인종주의자 동상 철거 논란(종합)

입력 2020-06-12 23:44  

'12세 흑인 여아를 성노예로'…伊 인종주의자 동상 철거 논란(종합)
밀라노 반파시스트 단체, 저명한 언론인 몬타넬리 동상 철거 요청
밀라노시장 "누구든지 살면서 실수해…공로는 인정해야" 반대 표명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로마 제국사'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언론인이자 역사가 인드로 몬타넬리(1909∼2001)가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이탈리아 내 반(反)인종차별 운동의 유탄을 맞았다.
1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반(反)파시스트 운동을 벌이는 사회단체 '밀라노 파수꾼'(I Sentinelli di Milano)은 몬타넬리의 인종차별적 과거사를 폭로하며 밀라노에 있는 그의 동상을 철거해달라고 시 당국에 청원했다
이 단체는 페이스북을 통한 공개 서한에서 "파시스트 정권이 일으킨 2차 에티오피아 침공 때인 1936년 에리트레아 출신 12세 여자아이와 결혼해 성노예로 삼은 사실을 말년에 자랑스럽게 떠벌린 적이 있다"면서 그의 과거사를 비판했다.
이어 몬타넬리의 이름을 딴 인드로 몬타넬리 공원 명칭을 바꾸고 공원 안에 있는 동상도 철저해달라고 요청했다.
몬타넬리 동상이 노예 제도와 인종주의, 식민 착취 등을 상징하는 만큼 더는 그 자리를 지켜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이 단체는 이어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시위 참가자들이 영국 브리스틀에서 17세기 노예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이 끌어내려 강물에 내던진 일을 언급하며 이탈리아 내 모든 지역이 제 고장의 상징 인물을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라노가 고향인 몬타넬리는 반공주의를 천명한 우파 성향의 유명 언론인이자 40여권의 역사서를 낸 역사 저술가로 잘 알려져있다.



특히 로마제국의 역사를 생동감 있는 필체로 서술한 '로마 제국사'는 이탈리아에서만 5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1998년 우리나라에도 번역·출간돼 호평을 받았다.
밀라노시는 몬타넬리가 사망한 뒤 그를 추모하고자 중앙역 인근에 있는 공원 이름을 인드로 몬타넬리 공원으로 명명하고 공원 안에 그의 동상을 세웠다.
생전 몬타넬리는 미성년자를 돈을 주고 사들여 결혼한 자신의 행동을 사죄하거나 숨기려하기는 커녕 인터뷰나 글을 통해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한 인터뷰에서는 그 여자아이를 "온순한 동물"이라고 표현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ANSA 통신은 전했다.
이 때문에 진보 지식인층과 사회단체들은 몬타넬리 동상 철거를 꾸준히 거론해왔다. 몬타넬리 동상은 작년 3월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에 의해 분홍색 페인트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밀라노 파수꾼의 몬타넬리 동상 철거 청원은 정치권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밀라노를 포함한 북부를 정치적 거점으로 삼는 극우 정당 동맹 대표 마테오 살비니는 "위대한 몬타넬리에게서 손을 떼라. 이 무슨 좌파들의 부끄러운 행태인가"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반면에 현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인 중도좌파 정당 민주당내 일각에선 이 문제를 공론화하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한편, 동상 철거의 결정권을 쥔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은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누구든지 살면서 실수를 한다. 몬타넬리도 그러한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밀라노는 여전히 그의 공로를 인정하며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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