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형제국' 벨라루스, 처음으로 미국산 원유 도입

입력 2020-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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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형제국' 벨라루스, 처음으로 미국산 원유 도입
"송유관 공급 러시아 원유 줄이고 미 원유 7만7천t 유조선으로 수입"
러-벨라루스, 원유·가스 공급가격, 국가통합 조약 이행 등 두고 불화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최근들어 러시아와 불화를 겪고 있는 옛 소련국가 벨라루스가 처음으로 미국산 원유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주로 가까운 이웃 러시아로부터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공급받던 벨라루스가 대서양 건너 미국의 원유까지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11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북부 노보폴로츠크에 있는 정유공장 '나프탄'으로 미국산 원유가 도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산 원유는 텍사스주의 보몬트 항에서 발트해에 있는 리투아니아의 클라이페다 항까지 유조선으로 운송된 뒤 이후 열차로 벨라루스까지 실려왔다.
벨라루스가 이번에 도입한 미국산 원유는 모두 7만7천t으로 전해졌다.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가 처음으로 러시아가 아닌 미국에서 원유를 도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벨라루스 외무부는 미국산 원유 도입은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자국 정유 산업체들의 지속적 가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투아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앞서 이번 거래가 벨라루스의 에너지 자립도를 강화해 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벨라루스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12차례에 걸쳐 100만t 이상의 원유를 러시아가 아닌 다른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노르웨이 등으로부터도 원유를 도입했다.
물론 6개월 동안 다른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100만t은 벨라루스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원유의 1개월 치 물량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벨라루스는 러시아와의 가격 협상이 제대로 안 될 경우 다른 외국 수입 물량을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러시아가 원유·가스에 대해 너무 높은 가격을 매기면 벨라루스는 대체 공급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올해 초 양국 간 유가 협상이 실패하면서 러시아산 원유의 벨라루스 공급이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991년 소련이 붕괴하고 서로 독립한 이후에도 소련에 속했던 공화국들 가운데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어왔으며, 1999년에는 양국 통합에 관한 '연합국가 조약'까지 체결한 바 있다.
연합국가 조약은 러-벨라루스 양국이 장기적으로 독립적 주권과 국제적 지위를 보유하되 통합 정책 집행기구·의회·사법기관 등을 운영하고, 단일 통화를 비롯한 통합 경제권을 창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양국은 이후 조약 이행을 위한 협상을 지속해서 벌여왔으나 근년 들어 석유·가스 공급가, 단일 통화 도입, 벨라루스 내 러시아 군사기지 건설 등을 둘러싸고 양국이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어왔다.
미국산 석유의 벨라루스 공급은 옛 소련권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미국이 이같은 러-벨라루스 간 불화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데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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