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ICC, 미국 공격하면서 이란 등에는 눈감아준다" 비판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 정부가 미군의 전쟁범죄 의혹 조사를 이유로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제재하자 이스라엘 정권이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미군에 대한 조사에 참여하는 ICC 인사를 제재하는 미국의 조치에 지지를 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법정(ICC)은 정치화됐다"며 "이스라엘과 미국 등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 국가를 공격하는 데에 혈안이 돼 있지만, 이란의 테러리즘 정권을 포함해 세계 최악의 인권 침해국들에 대해선 눈감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과 관련해 미군과 정보 요원들의 전범 의혹을 조사하는 ICC 인사들을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국무장관이 미국 요원의 조사나 기소에 관여한 ICC 인사의 미국 내 금융 자산을 차단하고 이들과 가족의 입국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ICC 검찰의 파투 벤수다 검사장은 2003년 이래 아프간에서 벌어진 아프간 당국과 미군, 미 중앙정보국(CIA)의 포로 고문 등 범죄 의혹 조사를 추진해 왔다.
ICC는 지난 3월 검찰에 이 조사를 허가했다.
이에 미국은 벤수다 검사장의 미국 비자를 취소하는 등 제재를 위협하며 반발해 왔다.
미국은 ICC 회원국이 아닌 데다 자체적으로 전범을 처벌하는 만큼 ICC가 개입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는 전쟁·반인도적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국제법에 따라 기소하고 처벌 여부를 결정할 목적으로 2002년 설립됐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123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은 회원국이 아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ICC는 유대인들이 역사적인 고향 땅에 거주하는 게 전쟁 범죄라고 주장한다"며 이스라엘에 대해 거짓 혐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말 벤수다 ICC 검사장이 요르단강 서안을 비롯한 팔레스타인 지역 내 전쟁 범죄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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