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지침에 따른 매장 반대하는 가족·친척 등 병원 들이닥쳐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의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의심 상태에서 사망한 환자의 시신을 친·인척 등이 강탈해가는 사건이 잇따랐다.
12일 안타라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4일 동부 자바 수라바야 길에서 강도를 만난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 DAW(이니셜·39)가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은 해당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했고, 이후 환자가 나흘만인 7일 숨지자 코로나19 보건지침에 따른 매장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에 사망자의 가족과 동료 고젝(Gojek)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 수백 명이 "일반 매장을 하겠다"며 병원 영안실에 난입해 시신을 빼앗아간 뒤 장례를 치렀다.
DAW는 입원 당시 신속검사에서 음성을 보였지만, 폐CT(컴퓨터 단층촬영)에서 코로나19 감염증상이 나왔다.
DAW는 유전자증폭검사(PCR)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사망했다.
가족들은 그가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신을 병원에서 강제로 가져갔고, 장례 이후 PCR 검사 확진 판정이 나왔다.
수라바야 보건 당국은 사망자 가족과 장례에 참석한 조문객을 상대로 코로나19 신속검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3일에는 술라웨시섬 마카사르의 병원에 수백 명이 난입해 중환자실에 있던 코로나19 감독 대상 환자(PDP) 시신 한 구를 강제로 가져갔다.
PDP는 급성 호흡기 질환을 앓는 환자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이외에는 다른 질병으로 설명할 수 없으나, 아직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인도네시아는 장비 부족으로 PCR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일주일∼보름 이상 걸린다.
병원 측이 시신을 코로나19 보건지침에 따라 매장할 계획을 세우자 가족들이 물리력을 행사한 것이다.
병원 측은 "흉기를 든 사람도 있었기에, 시신 이송을 막을 수 없었다"며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시신을 그냥 보내도록 했다"고 밝혔다.
7일 마카사르의 또 다른 병원에 150여명이 들이닥쳐 코로나19 감독 대상 환자의 시신을 강제로 가져갔다.
당시 군·경 합동팀이 출동해 시신 강탈을 막으려 했으나, 인원 부족으로 결국 빼앗겼다.
코로나19 보건지침에 따라 시신을 매장하면 가족·친구 등이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없기에 유족 주도로 '시신 강탈'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건 당국과 병원의 승인 없이 코로나19 추정 사망자의 시신을 가져가는 것은 범죄행위"라며 "지역 사회를 감염시킬 수 있기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족자카르타 주립대학교 사회학자 아미카 워드하나는 "전통적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죽음은 삶에서 중요한 단계"라며 "코로나19 보건지침에 따른 매장은 너무 간단하고, 신속하기에 문화적으로 무례하고,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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