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성당 채운 5천 개의 얼굴…코로나19 희생자 위한 미사

입력 2020-06-15 07:10   수정 2020-06-17 10:06

페루 대성당 채운 5천 개의 얼굴…코로나19 희생자 위한 미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페루 리마의 대성당에선 14일(현지시간) 오전 카를로스 카스티요 대주교의 집전으로 성체축일 미사가 열렸다.
신도석은 수천 명의 얼굴로 가득 찼지만, 그중 살아 숨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이들의 사진이었다.
현지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미사를 앞두고 성당 측은 유족들로부터 코로나19 사망자들의 사진을 건네받았다.

5천 장이 넘는 사진은 신도석을 가득 채우고도 남아 성당 벽과 기둥에도 붙었다.
인구 3천300만 명가량의 페루에선 현재까지 22만9천73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6천688명이 숨졌다.
정부의 발 빠르고 강도 높은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남미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다.

이날 성당 안엔 숨진 이들의 사진 외에 다른 신자는 없었다.
엄격한 코로나19 격리조치를 유지 중인 페루에선 현장 미사가 아직 금지돼 있다.
대신 이날 미사는 국영 TV와 인터넷 등에서 생중계됐다.
카스티요 대주교는 숨진 이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더 힘든 시간이 온다"고 경고했다.
오랜 봉쇄 속에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고 빈곤과 기아에 내몰린 상황을 가리킨 것이다.
대주교는 "앞으로의 죽음이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굶주림 때문이라면 끔찍할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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