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당뇨병도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의 권위 있는 당뇨병 전문가 17명이 내린 판단이다.
이들은 미국의 의학 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보낸 서한에서 이같이 경고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13일 보도했다.
이들은 당뇨병이 없던 건강한 사람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새로이 당뇨병이 나타난 사례를 수집하고 치료 중 그리고 회복 후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최선의 치료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코로나19-당뇨병 등록 프로젝트'(CoviDiab Registry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들로부터 수집된 임상 자료들은 코로나19가 당뇨병과 양방향 관계(bi-directional relationship)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이미 알려진 대로 당뇨병은 코로나19의 중증도(severity)와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사망자의 20~30%가 이미 당뇨병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에 당뇨병이 없던 사람이 코로나19 치료 중 새로이 당뇨병이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초 당뇨병에 해당되는 사람이 이 사실을 모른 채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감염 자체에 의해 혈당이 더 크게 치솟는 바람에 당뇨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치료 중 당뇨병으로 진단되는 사람들의 비율이 일반 병원 진료에서 모르고 있던 당뇨병을 알게 되는 사람의 비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의 당뇨병 전문의 프란체스코 로비노 교수는 밝혔다.
코로나19가 당뇨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의 세포 속으로 침투할 때 결합하는 단백질인 안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가 코로나19가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췌장, 소장, 지방 조직, 간, 신장 같은 포도당 대사에 관여하는 다른 장기와 조직에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러한 조직과 장기에 침입, 여러 형태로 포도당 대사를 방해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코로나19가 당뇨병을 유발하는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코로나19에서 회복되면 이러한 위험이 사라지는지 아니면 지속되는지는 알 수 없다.
또 코로나19가 일으키는 당뇨병이 1형(소아) 당뇨병인지, 2형(성인) 당뇨병인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당뇨병인지도 알 수 없다.
이러한 의문들을 풀기 위해서는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세계 의료진들이 이와 관련된 임상적 관찰 자료들을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로비노 교수는 강조했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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