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가족에 끼어 검색대와 탑승구 모두 통과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에서 한 여성이 항공권이나 신분증도 없이 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후 항공기까지 탑승한 사실이 미 교통안전청(TSA) 보고서를 통해 뒤늦게 알려져 항공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ABC뉴스에 따르면 실비아 릭터라는 여성은 지난해 10월 5일 미국 올랜도 국제공항에서 "모르는 가족들" 사이에 섞여 보안검색대 근처까지 도달했다.
때마침 그 가족이 선 줄 가까이에 또 다른 가족이 있었는데 릭터는 이 가족을 따라가는 척하며 보안 담당자를 피해 검색대를 통과했다.
공항 안으로 들어온 릭터는 이어 휠체어를 탄 승객 옆에 붙어 탑승구까지 무사통과해 애틀랜타행 델타 항공기에 올라탔다.
직원들은 릭터가 휠체어를 탄 승객과 동행하고 있다고 생각해 쉽게 통과시켜줬다.
TSA 보고서를 보면 당시 탑승구에 있던 직원은 "돌아서 들어가려는 여성에게 항공권을 스캔했느냐고 물었더니 했다고 하더라"라며 "휠체어를 탄 손님과 함께 있다고 추정돼 들어가게 했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릭터의 도둑 탑승 시도는 또 다른 승객이 릭터가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다고 항의하면서 발각됐다.
이 승객은 "그 여자가 앞 좌석에서 눈을 떼지 않고 앉아서 '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만 하더라"라며 "심지어 직원들이 와서 말해도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공항 직원들이 릭터에게 항공권과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릭터는 항공권을 스캔한 직후 버렸다고 주장하고는 신분증이라며 휴대전화에 있는 '셀피' 사진을 들이밀었다.
결국 릭터는 기내 밖으로 호송되고, 200명 가까운 승객들은 다시 내려 신원 확인 절차를 밟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TSA는 이후 조사 과정에서 릭터에게 소명할 기회를 줬으며 릭터는 손으로 쓴 편지를 보내 자신이 그때 항공권을 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죄송하다는 말 외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들의 보안 책임을 모두 나한테 전가하지는 말아라"라고 항변했다.
릭터는 최소한 3차례의 사건으로 시설에 수용된 적이 있다고 TSA는 보고서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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