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 "이란 핵문제 둘러싼 미국-이란 대결서 이란 지지"
자리프 "핵합의 둘러싼 사태 전개 매우 위험, 합의 유지돼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이란 핵문제,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을 논의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서 열린 자리프 장관과의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 간 대결에서 이란을 지지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누구도 이 합의(이란 핵합의)를 깨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라브로프는 미국이 이란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조종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은 안보리를 조종해 이란을 징벌할 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이란 무기금수 조치를 연장하려는 미국의 계획은 근본적으로 국제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라브로프는 자리프와의 회의를 시작하면서도 "러시아는 반이란 분위기를 조장하려는 시도에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리프 장관은 이란 핵합의를 둘러싼 사태 전개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이란은 IAEA가 이란핵합의 파기를 원하는 국가들의 권력 남용 도구가 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장관은 국제사회가 이란과 세계 주요국과의 핵합의인 '포괄적행동계획'(JCPOA)을 유지하도록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JCPOA는 지난 2015년 이란과 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영국·독일 등이 공동으로 서명한 협정이다.
이란의 핵 활동을 제한하면서 이란에 대한 국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계적으로 복원했다.
이에 이란도 핵합의에 따른 자국의 의무를 서서히 거부해 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15일 화상으로 진행된 IAEA 이사회 회의에서 이란이 과거 핵 활동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장소 두 곳에 대한 즉각적인 사찰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라브로프와 자리프는 이날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리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와중에 직접 모스크바를 방문해 대면 회담을 한 거의 첫 번째 외국 정부 고위인사다.
자리프는 전날 앙카라를 방문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곧바로 모스크바로 왔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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