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단 침묵'…대북 메시지 언제 뭐가 나올까

입력 2020-06-17 11:01   수정 2020-06-17 12:10

트럼프 '일단 침묵'…대북 메시지 언제 뭐가 나올까
北, 美새벽에 '폭파'…트윗서 경제치적 홍보·공식일정선 '조용'
판단시간 거쳐 조만간 반응 가능성…'대선국면' 수싸움 치열할 듯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일단 말을 아꼈다.
평소 각종 현안에 굳이 언론을 상대하지 않더라도 트위터로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쏟아왔지만, 현재로선 관망 모드를 유지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폭파한 이후 첫날인 16일(현지시간) 공식 일정을 가졌지만, 북한과 관련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북한의 폭파 시간은 백악관이 있는 미 동부 시간으로 16일 새벽 1시 49분이다. 16일 날이 밝고 다시 어둠이 찾아왔지만,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는 조용하다.
그가 이날 아침 가장 먼저 올린 트윗은 "와우! 5월 소매판매가 역대 최고 증가세를 보였다. 전망치보다 큰 증가"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크리스 제이컵스 등 공화당 하원의원 선거 경선에 나갈 인물들을 지지한다는 글 등도 트위터에 올렸지만 그게 다였다.
이날 낮에 열린 경찰개혁 행정명령 서명 관련 행사에서도 대북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도 없었다.
이를 두고서는 이번 사안이 한반도는 물론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 뒤 메시지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선 제기된다.
물론 폭파 후폭풍을 고려한다면 즉각적인 메시지가 나올 법도 하지만 자신의 '한반도 평화' 치적을 갉아먹을 수 있는 사안이어서 조심스럽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대북 변곡점마다 트위터나 자신의 공식행사를 통해 메시지를 즉각적으로 발신해왔다.



작년 12월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모라토리엄 해제를 시사하며 '성탄 선물'을 예고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그 선물이 '꽃병' 같은 선물일 수도 있다고 응답했다. 당시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3월 2일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 도발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시간 3일 기자들의 질문에 "단거리 미사일에 반응하지 않는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 며칠 뒤 타운홀 행사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라고 했다.
그리고 그달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조 의향을 전했고, 북한은 이를 바로 공개했다.
지난 4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과 공식행사에서 최소 6차례 이상 관련 언급을 내놨다. 김 위원장이 5월 2일 건재한 모습을 드러내자 곧바로 트위터로 "건강한 것을 보게 돼 기쁘다"는 트윗을 날렸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관계 회귀를 공식화하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파괴하고 군사행동까지 시사한 일련의 도발 기간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고, 북한의 '폭파'가 남측뿐 아니라 대미 시그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머지않은 시점에 직접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 경우 이미 나온 국무부 반응처럼 현 상황 우려와 함께 추가 도발에 대한 절제된 경고가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앞세우며 상황 관리를 해온 연장선에서 다소 다독이는 강온 메시지를 동시에 내놓을 수도 있다.
오는 11월 대선 승리를 정조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이 치열한 '수 싸움'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미협상의 장기 교착국면에서 북한은 미 대선을 돌파구로 삼으려 하고,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경제 지표 하락, 흑인 사망사건, 떨어지는 지지율 등으로 수세에 몰린 처지에서 재선과 북한 문제의 상관관계를 따져볼 수 있다는 의미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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