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극찬에 대량매입…창고엔 코로나 치료용 6천만회 복용량
보건당국, 긴급 사용허가 취소…"정부 당국자들 어찌할 바 모른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말라리아약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긴급 사용허가를 취소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그간 쌓아둔 두 약물 재고를 처리하느라 고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미 연방정부에 쌓인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재고가 모두 6천만회 복용량이 넘으며 정부 당국자들은 이를 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진은 지난 3월부터 두 약물 비축량을 확보하기 위해 서둘렀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클로로퀸의 유사약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신의 선물", "게임체인저"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한껏 치켜세웠다.
NYT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 시기에 다국적 제약회사인 바이엘로부터 클로로퀸 300만회 복용량을 기증받는 것을 포함해 두 약물 수천만회 복용량을 확보했다.
같은 달 FDA는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두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승인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이 약물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지난 4월 말에는 FDA도 두 약물이 "코로나19의 치료나 예방에 효과적이고 안전한 것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 15일 FDA는 두 약물의 긴급 사용허가를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쌓아둔 재고 중 하이드록시클로로퀸 3천100만회 복용량만 주와 지역 보건 당국에 배분됐고 클로로퀸은 단 한 알도 공급되지 않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캐럴 댄코 미 보건부 대변인은 현재 두 약물 재고는 총 6천300만회 복용량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들은 약물을 기증한 기업들과 이들의 처리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축출된 릭 브라이트 전 보건부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 국장은 "두 약물은 미국에 들어와선 안 됐고 파괴해야 한다"며 "보건부가 긴급 사용 허가를 취소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고 지난 15일 트위터를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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