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말레이 오지서 나무 오르는 사람들…"인터넷 신호 잡아야"

인니·말레이 오지서 나무 오르는 사람들…"인터넷 신호 잡아야"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화상회의 늘면서 '인터넷 사각지대' 부각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수업, 화상회의가 많아지면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오지에서는 인터넷 신호를 잡기 위해 나무에 오르는 사람들 소식이 잇따랐다.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령 사바주 코타키나발루에서 200㎞ 떨어진 오지 마을에 사는 대학생 베베오나 모시빈은 화학시험 등을 보기 위해 나무 위에 모기장을 치고 24시간을 보낸 뒤 자신의 경험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유명해졌다고 18일 말레이시아 매체들이 보도했다.
사바대학교에 다니는 베베오나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4월부터 고향으로 돌아와 온라인 수업을 받았다.
베베오나는 "우리 마을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가정마다 각자 발전기를 돌려야 한다"며 "학년말 시험을 보려면 인터넷 신호가 잘 잡혀야 하므로 나무 위에 오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베베오나는 지난 9일 랑삿(열대과일) 나무 위에 나무판자를 놓고,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생수, 간식을 가지고 올라가 모기장을 친 뒤 그 안에서 시험을 보며 하루를 보냈다.
당시 상황을 직접 찍은 브이로그(Video와 Blog의 합성어)를 보면, 모기장 안에 말벌이 들어오자 베베오나가 깜짝 놀라 밖으로 내보내는 모습, 모기장 안에서 여러 개 시험을 치르는 모습,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나무에서 내려오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네티즌들은 베베오나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는 한편 아직도 전기가 안 들어오는 마을이 남아있냐며 정부에 인프라 확충을 촉구했다.

인니·말레이 오지서 나무 오르는 사람들…"인터넷 신호 잡으려고"

지난달 8일에는 인도네시아 소순다열도 동누사뜽가라주 아도나라섬 마을 촌장(Kepala Desa)이 군수가 소집한 코로나 대응 가상 회의에 참여하고자 인터넷이 연결되는 곳을 찾다가 나무 위로 올라간 사진이 공개돼 관심을 끌었다.
촌장 안세무스 실리는 "우리 마을은 원래 인터넷이 안 터져서 온라인에 접속하려면 마을 밖으로 나와야 한다"며 "가상회의 참석을 위해 1㎞를 이동해 인터넷 연결이 잘되는 곳을 찾다 보니 나무 위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1만7천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인터넷 사각지대'가 상당수 남아 있다.
같은달 6일에는 술라웨시섬 남부에 사는 대학생 루디 살람(25)이 마을 모스크(예배 건물) 2층에서 인터넷 신호를 잡다 추락해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고향에 돌아온 루디는 논문 자료를 찾으려고 인터넷 신호를 잡다 발을 잘못 디딘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네시아 오지의 많은 학생이 온라인 수업 접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7월 신학기도 대부분 지역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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