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메르 재무 "미 재무장관이 보낸 서한은 도발"
EU "올해 불가능해지면 EU 차원 방안 제안"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미국 정부가 디지털세 과세기준 마련을 위한 협상의 교착을 선언한 데 대해 프랑스가 "도발"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프랑스앵테르 방송에 출연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보낸 서한을 받았다면서 "디지털세에 관한 OECD 협상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서한은 도발"이라면서 "프랑스는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과 함께 미국에 OECD에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로 공정한 디지털세에 관한 원칙에 합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 므누신 장관이 유럽 4개국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디지털세 협상의 교착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므누신이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정책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인 만큼 일단 협상을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고 했다.
미국의 이런 입장에 대해 르메르 장관은 협상을 계속 이어갈 것이며 합의를 해 과세한다는 기존 방침을 거듭 밝혔다.
그는 디지털 공룡기업에 대한 과세원칙 합의가 머지않았다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올해 디지털 공룡기업에 과세하겠다. 이는 정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대해선 "체계적으로 우리를 제재하겠다고 위협하는데 이게 우방을 대하는 방식인가"라면서 프랑스는 이미 내린 결정에서 후퇴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파올로 젠틸로니 경제 담당 집행위원도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움직임에 "매우 유감"이라고 밝히고 "나는 이것이 최종적인 중단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차질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는 "EU 집행위는 법인세 과세를 21세기로 이동시키기 위한 국제적인 해법을 원한다"라면서 "하지만 만약 올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나면, 우리는 EU 차원의 새로운 안을 제안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유럽 각국에서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세율이 가장 낮은 아일랜드 등에 법인을 두는 방식으로 조세를 회피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디지털세 도입 논의를 주도, 작년 7월 유럽에서도 가장 먼저 이를 제도화했다.
프랑스의 디지털세는 글로벌 IT 대기업이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연 매출의 3%를 과세하는 것으로, 특히 미국의 'IT 공룡'들이 주요 표적이라는 점에서 '가파'(GAFA)세로 불린다. GAFA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이에 미국은 프랑스가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자국 IT 대기업을 차별한다면서 24억달러(2조8천억원) 상당의 프랑스제품에 최고 100%의 보복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양국은 진통 끝에 지난 1월 관세부과를 유예하고 OECD를 통해 디지털세의의 과세원칙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갈등을 일단 봉합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다시 디지털세 문제를 수면으로 끌어올리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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