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이집트 피라미드에는 언제 다시 관광객이 몰릴까

입력 2020-06-19 07:07  

[특파원 시선] 이집트 피라미드에는 언제 다시 관광객이 몰릴까
코로나19 확산세 여전…의료여건 미흡하고 정책 투명성도 의문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세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졌지만 중동의 이슬람 국가 이집트는 감염자 증가가 심상치 않다.
이집트 보건부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까지 전국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5만437명으로 하루 사이 1천218명 늘었다.
월평균 일일 확진자가 4월 161명에서 5월 627명으로 늘더니 6월 들어 1천414명으로 뛰었다.
인구가 1억명이나 되는 이집트가 큰 시험대에 선 모습이다.
코로나19는 이집트 국민의 건강뿐 아니라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집트의 3대 외화 수입원은 관광 산업, 해외 근로자의 송금, 수에즈운하 통행료인데 코로나19로 타격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에서 일하는 이집트인들이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으면서 송금이 줄었다.
외국인 입국이 3개월 넘게 막히면서 신비로운 고대 유적 피라미드를 비롯한 관광지들도 문을 닫았다.
이집트 관광산업의 위기는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집트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이집트의 관광 수입은 130억3천만 달러(약 15조8천억원)로 2010년(125억 달러)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1년 시민혁명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등으로 장기간 침체했던 관광산업이 거의 정상화된 셈이다.
그러나 올해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라는 불청객 때문에 다시 주저앉을 고비를 맞았다.
이집트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산업의 비중은 10%가 넘는다.
다급해진 이집트 정부는 7월부터 국제선 항공편 운항을 단계적으로 재개하고 피라미드, 이집트박물관 등 유적지를 다시 개방할 계획이다.

문제는 관광산업이 언제 정상화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집트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확실히 잡힐 때까지는 관광산업의 온전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집트가 문을 활짝 열더라도 감염병 위험을 감수할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는 올해 2월 14일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보고됐다.
이후 이집트 정부는 3월부터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국제선 항공편 중단, 야간 통행금지, 식당 영업금지 등의 조처를 시행했다.
경제를 고려해 전면 봉쇄가 아니라 제한적인 규제를 선택했지만 아직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이집트가 코로나19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이집트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상대적으로 의료 체계가 나은 국가로 평가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미흡하다.
이집트 정부는 코로나19 초기에 진단 검사를 대규모로 시행하지 못하면서 감염 경로 파악을 체계적으로 하지 못했다.
의사단체인 '이집트의료연합'은 지난달 25일 보건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소홀하다고 비판하며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인 의사들도 진단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정부는 최근에야 전국적인 코로나19 유전자증폭검사(PCR)를 하루 6천건으로 확대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집트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이집트 내 극빈층은 32.5%나 되는데 이들의 위생 여건은 열악하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도 충분하지 않다.
수도 카이로의 거리에서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모여있는 장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집트 정부는 5월 30일부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정부의 투명하지 않은 정책이 코로나19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이집트인 경제학자 로바 가파르는 지난 16일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에 기고한 글에서 이집트가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며 그 이유 중 하나로 정부에 대한 신뢰 부족을 꼽았다.
그는 "불확실성과 투명성 결여가 이집트인들이 국가 지시를 따르지 않는데 한몫했다"며 "많은 사람은 국가가 정직하지 않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 상황이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해왔지만, 공식적인 확진자 수 등에 대한 의구심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2014년 취임한 뒤 반정부 인사들을 탄압하고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며 권위주의적 통치를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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