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잇단 감염과 코로나19 대응업무 투입 등으로 치안력 약화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치안력이 약화한 사이 마약 조직들의 강력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재 가장 악명 높은 조직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을 비롯한 마약 조직들이 치안 공백을 이용해 영역 다툼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코로나19 봉쇄로 범죄가 감소한 나라도 있지만 멕시코에선 코로나19 상륙 이후에도 살인 사건 등 강력 범죄가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3만4천582건을 기록한 멕시코 살인 건수는 올해에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하루 117명이 살해돼 역대 가장 많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날로 기록됐다.
살인사건의 대부분의 마약 조직들이 연루된 것이다. 멕시코 정부는 올해 살인사건의 70%가 카르텔 관련 사건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엔 할리스코주에서 실종된 경찰 7명이 이웃 콜리마주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사흘 후 과나후아토주의 한 마약 치료센터에선 괴한이 침입해 10명을 살해했다.
지난 16일엔 콜리마주 연방 판사 부부가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그는 CJNG 두목 네메시스 오세게라의 아들의 사건을 담당하기도 한 형사 판사다.
할리스코와 콜리마, 과나후아토 등은 모두 CJNG를 비롯한 마약 조직들의 영역 다툼이 치열해 강력 범죄가 잦은 곳인데, 코로나19로 치안력 약화가 불가피했다.
경찰의 코로나19 감염과 사망도 속출하고, 코로나19 확진 경찰이 나올 때마다 동료들이 접촉자로 분류돼 격리에 들어갔다.
정상 업무를 계속하는 경찰들도 코로나19 대응 관련 업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전국에서 국가방위대 4천700명이 병원과 의료장비, 의료인 보호 업무를 하고 있다.
치안 담당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에 "지금은 의심할 여지 없이 코로나19가 최우선순위"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속에 공권력이 미치기 힘든 지역에선 카르텔이 주민들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거나 구호품, 대출 등을 제공하며 영향력 확대를 꾀하기도 한다.
미 마약단속국(DEA) 출신의 마이크 비질은 로이터에 "코로나19는 일부 지역에서 정부 통제력의 공백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불행히도 그 공백을 마약 카르텔이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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