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 홍콩인 대만 이주 도울 행정조직 가동
한국이 탈북자 돕듯 학업·취업 등 원스톱 지원키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대만이 자유에 위기를 느끼는 홍콩인들의 대만 이주를 지원하는 공공 조직을 만들어 운영에 들어간다.
'망명'이라는 말 대신 '인도적 지원'이라는 개념을 앞세웠지만 이는 사실상 반(反)중국 성향을 가진 홍콩인들의 정치적 망명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취지여서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19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한국의 통일부 격인 대륙위원회는 전날 '홍콩 인도주의 원조 행동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대륙위는 대만에 이주하고자 하는 홍콩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 공공 기구인 '대만홍콩서비스교류판공실'을 오는 7월 1일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이 조직은 취학, 취업, 이민, 투자 등 이주 문제와 관련해 원스톱 상담 및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된 지원 대상은 정치적 이유로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홍콩인들이다.
현행 대만의 홍콩마카오관계조례는 18조에서 "정치적 요인으로 안전과 자유에 긴박한 위험이 있는 홍콩·마카오 주민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콩의 중국화' 우려가 날로 커지면서 최근 홍콩인이 대만으로 사실상의 정치적 망명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홍콩에서 중국이 지정한 금서를 파는 코즈웨이베이 서점을 운영하다가 중국 본토로 끌려가 강제 구금됐던 람윙키(林榮基)씨 같은 사람이 대표적인 대만의 '홍콩인 망명객'이다.
그는 지난 4월 타이베이(臺北)에서 홍콩에서 운영하던 서점 이름을 그대로 따 '코즈웨이베이 서점'의 문을 다시 열었다.
또 정치적인 망명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홍콩인들의 대만 이민도 급증하는 추세다.
대만 정부의 '홍콩 인도주의 원조 행동 계획' 실행은 홍콩인 망명객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을 제도화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위기에 처한 중국의 약점을 겨냥한 정치적인 공세의 성격도 짙다.
작년 6월부터 이어진 대규모 민주화 시위의 여파로 많은 홍콩 시민들이 형사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이런 사람들의 이주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가 북한을 떠나온 탈북민들에게 주거, 취학, 취업 등 여러 분야의 도움을 제공해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것과도 유사한 면이 있다.
대만 독립 추구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홍콩 인도주의 원조 행동 계획' 시행을 계기로 대만을 '중화권의 마지막 민주주의 보루'로 부각하려는 모습이다.
차이 총통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작년 시작된 송환법 반대 운동부터 최근의 홍콩보안법에 이르기까지 홍콩인들은 자유민주를 견지하고 있다"며 "자유에 긴박한 위험을 느끼는 홍콩인들에게 더욱 신속한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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