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화웨이 없어도 6% 성장"…삼성 추격 시간 걸린다

입력 2020-06-21 07:11  

"TSMC, 화웨이 없어도 6% 성장"…삼성 추격 시간 걸린다
크레디트스위스 보고서 "애플·미디어텍 주문량 증가"
2분기 점유율 삼성전자보다 33%포인트 높아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미국 제재로 중국 화웨이(華爲)와의 거래가 끊길 위기에 놓인 대만 TSMC가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TSMC의 독점적 지위가 상당 기간 이어지며 삼성전자[005930]의 추격도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 화웨이 없이도 잘나가는 TSMC
21일 업계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TSMC의 내년 매출이 올해 대비 6% 늘어난 377억1천100만달러(약 45조6천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에서 나오는 매출 비중이 올해 8.9%에서 내년 0%로 떨어진다는 가정에서다.
특히 내년에는 대만 미디어텍이 올해 대비 14억달러(약 1조7천억원)를 추가로 주문할 것으로 전망했고, 애플 또한 주문량이 21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미디어텍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4.9%에서 8.2%로, 애플은 22.7%에서 26.4%로 각각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 밖에 내년 매출 가운데 퀄컴이 6.8%, 브로드컴이 8.6%, AMD가 9.3%, 엔비디아가 4.9%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TSMC 류더인(劉德音) 회장은 지난 9일 주주총회에서 화웨이의 주문이 끊기면 다른 고객으로부터 공백을 채워나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삼성 파운드리 추격 시간 걸리는 이유
화웨이 제재에 따른 TSMC의 타격이 미미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2위 삼성전자의 추격도 장기화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8.8%, TSMC가 51.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은 지난 2016년 5%대의 점유율로 세계 4위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성장했지만, 작년 초부터는 1년여 동안 18∼19%대에서 정체돼있다.
SK증권[001510]이 16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5나노 공정에서는 TSMC가 삼성전자보다 단위 면적당 트랜지스터 집적도 측면에서 우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TSMC가 최신 공정인 3나노 공정 설비를 설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세공정 양산 경쟁 또한 뒤처지는 모양새다.
특히 TSMC는 파운드리 전문 업체로 사옥에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걸어둘 정도로 확고한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퀄컴, 애플 등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와 경쟁 관계에 있어 대형 수주를 따내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내년 출시 예정인 애플 아이폰13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15'도 TSMC가 독점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TSMC와 화웨이의 '이별'로 삼성전자의 반사이익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대만 디지타임스는 "삼성이 화웨이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 "차근차근 쫓는다"…팹리스 생태계 키우는 삼성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 'SAFE-CDP'를 출시하며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야심 찬 전략을 내놨다.
칩 설계에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에 가상의 설계 환경을 제공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취지다.
중소 업체와의 상생 협력인 만큼 실제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기까진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내외 고객사를 확보할 든든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비전을 발표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며 "TSMC는 30여년째 파운드리만 파온 기업인 만큼 향후 몇 년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acui7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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