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외교수장 "트럼프 공격이 관계훼손, '독립적 길' 결심 강화"

입력 2020-06-20 00:08  

EU 외교수장 "트럼프 공격이 관계훼손, `독립적 길' 결심 강화"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미국의 최근 결정, EU 이해 완전무시"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연합(EU)에 대한 공격이 양측간 관계를 실질적으로 훼손했으며 중국 문제 등과 같은 도전에서 EU가 '독립적 길'을 추구할 결심을 강화했다고 EU의 외교 수장이 밝혔다.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19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EU를 '적(適)'으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등장했던 미국과 EU 간의 '의견 차이'를 심화시켰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7월 미국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미국의 최대 적이 누구냐'는 질문에 "우리는 많은 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EU는, 그들이 통상에서 우리에게 하는 것을 보면 적이다. 여러분은 EU에 대해서는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들은 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보렐 고위대표는 "대서양 건너편에 EU가 미국에 해를 끼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관계가 (기존과) 같을 수가 없다"면서 그런 견해는 "역사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미국의 결정은 유럽의 이해를 완전히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WSJ은 `미국의 결정'과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와중에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선언, 미국의 국제형사재판소(ICC) 관계자들에 대한 제재,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 등 러시아와 관계된 잇따른 군사조약 탈퇴, 미국의 주독 미군 감축 선언,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 등을 거론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내가 당신의 친한 친구인데 당신이 나의 이해에 대한 고려 없이, 심지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한다면, 나는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지를 밝힐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중국 문제와 미중 갈등에 대해 "우리는 같은 정치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보다는 미국과 가깝다. 이것은 강력한 차이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것과 같은 중국과의 조직적인 대결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이 아시아에서 군사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보렐 대표는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한 것에 대해서도 "이란 핵 합의가 수정되고, 확대되고, 재검토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합의를 창밖으로 내던지고, '제로'(0) 상태에서 시작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lkw77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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