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인터넷 차단 미얀마 라카인주…인권단체 "세계 최장" 비판

입력 2020-06-20 13:34  

1년째 인터넷 차단 미얀마 라카인주…인권단체 "세계 최장" 비판
"반군 악용, 8월1일까지 차단"…생계·안전 위협 속 인권침해 은폐 의혹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시력을 잃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미얀마 정부가 반군 활동에 악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서부 라카인주(州) 8개 지역 및 친주 1곳 등 9개 지역에 대해 인터넷을 차단한 지 21일로 1년이 되면서 주민들의 생계와 안전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라카인주는 2017년 미얀마군에 의해 이슬람계 소수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 학살이 자행된 곳이다.
그러나 이후 불교계 소수 라카인족(또는 아라칸족)의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는 반군 아라칸군(AA)과 미얀마군 간 충돌이 새롭게 발생했다.
유엔 등에 따르면 2018년 11월부터 시작된 미얀마 정부군과 AA 간의 충돌로 16만여명의 주민이 집을 떠나 라카인주 내 151개 난민촌으로 피신했다.
양측간 충돌이 격화하자 미얀마 정부는 AA가 정부군에 대한 공격을 모의하고 지뢰를 폭발시키는 작업 등에 인터넷을 활용한다고 주장하면서 두 주 9개 지역에 대해 인터넷을 끊었다.
교통통신부의 묘 스웨 본부장은 로이터 통신에 "인터넷은 불안과 파괴적 활동을 부추긴다"며 치안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인권 단체들은 미얀마 정부가 반군 활동을 내세워 자신들 조치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이는 전 세계에서 최장기 인터넷 차단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은 어려운 생활이 더 악화했다면서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재판 일정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던 변호사 우 완 흘라는 이제 전투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지역을 통과해 법원으로 직접 가 게시판을 봐야 한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치료법을 찾아본 뒤 알려주곤 했던 한 의사 지망생도 더는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해 생계에 타격을 입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터넷이 차단된 라카인주 내 8개 지역 중 한 곳에 사는 라이 탄 나디(22)는 통신에 "시력을 읽은 것 같다"며 암울한 심정을 피력했다.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을 닫으면서 동생 학비도 낼 수 없게 됐다.
특히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인터넷 차단이 경제에 피해를 준 것은 물론, 반군과 충돌 상황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없어 안전이 더 위협받는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 지역 또는 도로가 안전한지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알 수 없어 보건 위협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이 끊긴 지 1년이 됐지만, 인터넷이 반군 활동에 악용되기 때문에 차단했다는 미얀마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충돌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 차단이 '제2의 로힝야' 사태를 가리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이양희 유엔 미얀마특별보고관은 지난해 6월 성명을 내고 인터넷 차단은 해당 지역에서 미얀마군의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도 해당 지역의 민간인들이 고립됐다고 느끼고 있으며, 인권침해 행위를 보고할 수단이 없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정부는 최소 8월1일까지는 인터넷 차단이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후에도 치안 상황이 호전될 경우라야 관련 조치가 철회될 수 있다는 방침이어서 인터넷 차단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여전하다.
라이 탄 나디는 내란 때문에 주민들이 벌을 받는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이런 일로 민간인들을 벌주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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