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리알화 가치 사상 최저…미 제재·코로나19에 외화난

입력 2020-06-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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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리알화 가치 사상 최저…미 제재·코로나19에 외화난
미화 1달러당 19만 리알 넘겨…원유 수출 감소로 외환 보유고 '위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리알화의 가치가 21일(현지시간)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유가 하락으로 이란의 외환 보유고가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달러화 대비 이란 리알화의 환율(비공식 시장환율)은 20일 오후 19만 리알을 넘어 21일 오전에는 매입가 기준 19만3천400리알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다.
리알화 환율은 2018년 5월 미국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겠다고 선언하기 직전 달러당 6만 리알 안팎이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고 유가가 폭락한 올해(이란력으로 3월21일 시작) 1분기에만 리알화의 가치는 약 18% 떨어졌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를 회피해 원유를 수출해왔으나 전 세계 수요 감소로 수출량이 줄고 이에 따라 유입되는 외화가 급감하면서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 정부와 이란중앙은행은 외환 보유고와 원유 수출액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는다.
다만 자한기리 부통령은 13일 "이란은 한때 석유로 1년에 1천억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지난해(2019년 3월21일부터 1년간)는 80억 달러에 그쳐 92%나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란중앙은행은 그간 이란에서 자체 생산하지 못하는 필수품을 수입하는 데 공식 고시환율(1달러=4만2천리알)로 외화를 배정했으나 외화가 부족해지자 이를 일시 중단했다.
이란중앙은행의 이런 결정은 외환 시장에 외화난이 심각하다는 부정적인 신호를 줬고 환율이 더 급등하는 원인이 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또 개인의 외환 소지한도를 1만 유로로 정하고 그 이상은 신용 기관에 위탁하거나 세관에 신고해야 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에 미신고 핵시설이 있다고 의심하는 보고서를 3월과 6월 발표하고 이에 대한 핵사찰에 응하라는 결의를 채택하는 등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부정적인 정치적 환경이 조성된 것도 외환 시장의 불안에 일조했다.
코로나19가 이란에서 재확산하면서 전염병과 경제난이 장기화할 조짐인 것도 악재다.
이란의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이란 정부가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 사실상 동결된 석유 수출대금을 풀어 달라고 최근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도 심각한 외화난의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란은 에너지가 풍부하지만 제조업의 원료나 부품을 수입에 상당히 의존하기 때문에 자국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란 서민의 민생고가 더 심해질 우려도 커졌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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