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까지 구속…위기 몰린 아베, 또 국회 해산할까

입력 2020-06-21 17:36  

측근까지 구속…위기 몰린 아베, 또 국회 해산할까
아베 "머리 한구석에도 없다"→"해산, 항상 의식" 발언 변화
야당 경계태세…2012년 재집권 후 두차례 중의원 해산으로 위기 돌파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머지않아 국회 해산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베 총리는 당장 중의원을 해산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으나 2012년 12월 재집권 후 정치적 위기에서 해산을 선택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그가 여론 추이 등을 살피다 해산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 조기 해산론 솔솔…아소가 아베에 충고했나
집권 자민당 내에서는 이달 10일 이후 중의원 조기 해산론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21일 보도했다.
정치적 맹우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달 10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를 1시간가량 독대했는데 이때 서둘러 국회를 해산하라고 충고했다는 분석이 자민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아소는 총리 재직 중인 2009년 정치적으로 완전히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뒤늦게 중의원을 해산했다가 민주당에 정권을 내줬으며 이런 경험 때문에 '조기 해산론자'로 분류된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18일 이뤄진 지지(時事)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이르면 올해 가을에라도 중의원을 해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그는 해산 시점에 관해 "가을에 하는 것이 좋다는 사람도 있다. 가을 이후에 경제 대책에 맞춰서 (해산)할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당은 벌써 경계 태세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전날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르면 오본(お盆) 연휴(8월 15일 전후)가 끝난 후 해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최고 속도로 선거 준비를 하도록 당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 아베 두 번의 중의원 해산으로 정치적 위기 돌파
그간 아베 총리는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국회를 해산했다.
2014년 11월에는 원전 재가동, 집단자위권 법제화를 위한 헌법해석 변경, 정치자금 문제로 인한 각료 사임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소비세율 인상 시점 연기 여부에 대한 국민의 판단을 묻겠다'며 중의원을 해산했다.
아베 총리는 2017년에는 사학재단인 모리토모(森友)학원 및 가케(加計)학원과 관련된 비리 의혹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며 위기를 맞았다.
한동안은 지지율이 너무 낮아져 국회를 해산하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었는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및 5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위기감이 고조한 가운데 보수·우익 세력이 집결해 지지율이 반등하자 같은 해 9월 서둘러 중의원 해산을 단행했다.
아베 총리는 소비세 인상분을 어디에 쓸지나 그간의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의 판단을 받겠다는 명문을 내세웠다.

중의원 해산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유권자의 관심을 돌리기에는 효과적이었다.
해산 후 실시된 두 번의 중의원 선거에서는 여당이 압승했고 이는 아베 총리가 정치적 구심력을 회복하고 앞서 문제가 됐던 사안에 대한 논란을 일단락짓는 계기가 됐다.

◇ 코로나 대책 불만·측근 비리…위기에 고개 드는 해산론
최근 중의원 해산설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아베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에 대한 여론의 불만 속에 관련 정책은 갈팡질팡했다.
아베 내각은 검찰청법 개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고 논란의 중심에 있던 검사장이 내기 마작 스캔들로 낙마했다.

법상(법무부 장관에 해당)을 지낸 아베 총리의 측근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중의원 의원은 선거 때 현금을 배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부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참의원 의원과 함께 구속됐다.
아베 총리가 위기에 몰린 것은 확실하지만 중의원 해산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 10월 21일 중의원 임기 종료까지 1년 4개월,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 종료인 내년 9월 말까지는 1년 3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아 중의원 해산 카드를 쓸 수 있는 기간도 그리 길지 않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코로나19 제2파, 제3파가 오면 해산은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내년 초에는 국회에서 예산 심의를 해야 하고 여름에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이 예정돼 있다.
임기 만료가 임박하면 아베 총리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져 해산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 아베 '해산설' 거리두기…여론 동향 보며 판단할 듯
아베 총리는 당장 해산할 가능성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정기 국회 종료를 계기로 이달 1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제 정기 국회가 막 끝났고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에 전력을 다하는 가운데 머리 한쪽 구석에도 (선거에 관한 생각은) 없지만 여러 과제에 정면 대응하는 가운데 국민의 신임을 물어야 할 시기가 오면 주저 없이 해산을 단행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그는 20일 인터넷 방송에서는 "정치가는 일종의 싸움 속에 살고 있으며 해산이라는 것은 항상 의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해산은 머리 한쪽 구석에도 없지만, 정책·정치를 확실히 추진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틀 새 발언의 뉘앙스가 살짝 달라진 것으로도 보인다.
국회를 해산하려면 이어지는 총선 결과를 함께 생각해야 하므로 아베 총리는 여론의 동향, 당내 역학 구도, 야당의 선거 준비 상황 등을 살피면서 해산 여부나 시기 등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9월 자민당 간부 인사도 정국의 관전 포인트다.
차기 총재를 노리는 '포스트 아베' 주자들의 자리다툼이 치열할 전망이라서 아베 총리의 '포석'이 주목된다.
그는 작년 자민당 인사 때 후계자로 염두에 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을 당 이인자인 간사장에 앉히고 싶어했으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의 반발로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니카이 간사장은 지난 17일 정기 국회 종료일에 "현 정권이 임기 끝까지 확실히 일하게 되는 것을 간사장으로서 보좌하고 싶다"고 말해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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