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서 "트럼프, 아베와 대화중 '문 대통령이 방한 간청' 주장"
"몽골 대통령, 김정은이 민중봉기 두려워한다고 트럼프에게 전해"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존 볼턴 미국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 비사들을 폭로한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일본 정부를 향해서도 '조현병 막말'을 퍼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정식 발간 예정인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지난해 6월7일 야치 쇼타로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묘사했다.
그는 저서에서 "야치 국장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란 방문에 관한 화두를 점검하기 위해 내게 전화를 했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제안일 수 있다고 묘사했는데 그건 이란에 너무 관대했다"고 기술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일본은 이란과 북한에 대해 조현병을 앓고 있다(schizophrenic)"며 "이란에는 석유 때문에 부드럽게 대했고, 북한에는 암울한 현실 때문에 강경하게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난 일본이 그 2개 위협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알게 하려고 거듭 노력했다"며 "만약 아베가 테헤란을 위해 제안한 것을 유럽연합(EU)의 한 국가가 평양을 위해 똑같이 제안했다면 아베는 단호하고 주저없이 반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정상회담 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대화를 소개하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같은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회고록에서 "정 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변 폐기 의향은 북한이 불가역적인 비핵화 단계에 들어선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의미있는 첫 조치라는 문 대통령의 '조현병적인 생각'(schizophrenic idea)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볼턴 전 보좌관) 본인이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한을 간청했다는 그의 주장도 회고록에 담겼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 기간이던 지난해 5월27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문 대통령이 내게 이번 방문에서 한국에도 와줄 것을 간청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자에서 떨어지거나 중요한 내용을 놓치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졸았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한편, 지난해 여름 백악관을 방문한 칼트마 바툴가 몽골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트럼프 대통령의 물음에 "김 위원장은 자신의 독재 정권에 대한 위험 때문에 민중 봉기를 두려워한다"고 답했다는 대화 내용도 저서를 통해 공개됐다.
그러면서 바툴가 대통령은 북한 주민의 생활 여건이 심각하고 제재 이후 훨씬 더 악화됐다고 강조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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