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얼굴 저주받은 공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촬영 중단 청원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말레이시아의 가수 겸 여배우가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해 '검은 얼굴' 분장을 하고 춤추는 동영상을 SNS에 공개했다가 "흑인 인권 문제는 안중에도 없느냐"며 집중포화를 맞았다.
23일 말레이메일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여배우 와니 카이리(20)는 지난주 동영상 공유플랫폼 틱톡(TikTok)에 얼굴을 새까맣게 분장하고 웃으며 춤추는 17초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와니는 현재 검은 피부의 저주를 받은 공주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다. 드라마의 원작은 말레이시아 민속 설화로, 1965년 처음 드라마로 제작됐었다.
와니의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블랙 페이스(검은 얼굴)는 장난칠 소재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와니는 동영상을 본인 계정에서 삭제하고 사과하는 동시에 "해당 동영상을 게시한 분은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인들은 한발 더 나아가 해당 드라마 제작 중단 온라인 청원을 여러 건 진행해 수 만명이 동의했다.
이들은 "어둡고 검은 피부를 가지면 못생긴 거고, 저주받은 거라는 내용을 드라마로 또 제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검은 얼굴'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드라마 제작사는 "우리 드라마는 인종차별 조장, 인권침해와 무관하다"며 "주인공이 역경을 극복하고, 꿈을 이뤄가는 고무적 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촬영을 중단하거나 특정 장면을 재촬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달 초에도 2017년 말레이시아 미스 유니버스 사만다 케이티 제임스가 인스타그램에 '흑인들에게'(To the black people)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최근 반(反) 인종차별 시위와 관련한 글을 적었다가 국제적 논란이 됐다.
그는 "흑인들은 긴장을 풀고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드는 도전으로 여겨라"라며 "당신이 미국에서 유색인종(coloured person)으로 태어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교훈을 얻어라"고 적었다.
사만다의 미스유니버스 왕관을 박탈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에는 9만명 이상이 서명했고, 사만다의 집으로 함께 찾아가 공격하자는 등 과격한 반응으로 번졌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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