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펜실베이니아 '착한 사람'만 미용사 자격 논란

입력 2020-06-23 14:20  

미 펜실베이니아 '착한 사람'만 미용사 자격 논란
명확한 기준·일관성 없어 '고무줄 잣대' 지적
피해자들 소송 제기해 재판 진행 중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펜실베이니아주가 '좋은 도덕적 인품(good moral character)'을 가진 사람에게만 미용사가 될 자격을 준다는 규정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좋은 도덕적 인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없으며, 전과 기록이 있는 사람은 미용사가 되기 위해 주 정부에 출석해 자신이 좋은 사람이며 사회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 5년간 60명 가까운 사람들이 논란의 조항 때문에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했으며, 이중 일부가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규정의 개정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23일 NBC뉴스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코트니 헤이브먼은 2016년 미용사 자격증 발급을 신청했으나 주 정부의 미용업 이사회에서 부적격자로 분류됐다.
헤이브먼은 당시 6천달러를 내고 미용학교 6개월 과정을 수료하고, 자격증을 받는 조건으로 취업 제안까지 받았지만, 이사회는 그가 미용사 자격시험을 치르기에 '좋은 인품'을 갖추지는 못했다고 판단했다.
헤이브먼은 2011~2013년 음주 상태로 운전하고, 마리화나 흡연 기구를 소지하는 등의 전과가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그는 알코올 치료 모임에 가입한 것을 계기로 6년째 정상 생활을 하고 있으며 어린 자녀도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그들은 나를 어두운 영혼으로 그리려 했지만 난 이제 눈썹 다듬는 일을 해보고 싶은 평범한 엄마"라고 강조했다.


어맨다 스필레인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마약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는 그는 펜실베이니아 미용업 이사회로부터 자격증 발급을 거부당하자 불복해 재심까지 신청했다.
그는 2015년 열린 재심에서 자신이 좋은 사람임을 설명하다가 같이 이사회에 참석했던 아버지와 함께 울기까지 했으나 결국 자격증 발급을 거부당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직업을 유지하고 과거 사건 이후 한번도 체포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이사회는 '좋은 인품'을 증명하기에 충분치 않다며 기존 결정을 고수했다.
스필레인은 주변 사람들이 써준 추천서를 제시하자 심문관이 왜 그 사람들이 오늘 재심에 동행하지 않았는지를 질문했으며 "감옥에서 종교를 가졌고 그것이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하자 그 증거를 제시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스필레인은 그러면서 "누구나 두번째 기회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인생을 바꾸기도 하지 않느냐"면서 "그걸 떠나서 올바른 일을 하고 있고 더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 외에 도대체 좋은 도덕성을 어떻게 증명하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이브먼과 스필레인은 이에 따라 2018년 비영리 시민단체를 통해 주 정부 미용업 이사회를 상대로 '좋은 인품' 조항이 위헌적인 것은 물론, 억압적이고 불공하다며 소송을 제기,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 정부는 논란이 계속되자 직업 면허 기준을 명확히 해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고하고 불필요하거나 불명확한 면허 조항을 없앨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펜실베이니아 미용법은 응시자가 '좋은 인품'을 갖추지 않았을 경우 자격증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하고 있다.
판단은 응시자의 범죄 이력을 토대로 이뤄지며 범죄의 종류나 발생 시기는 고려하지 않는다.
NBC뉴스는 논란의 조항인 '좋은 인품'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기술돼 있지 않으며, 이사회가 2015~2019년 자격증 발급을 거부한 58건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해석에 일관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사회가 거부한 과거 사례를 보면 이미 10년 전에 있었던 마약 관련 사건이 문제가 된 것도 있으며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진술했는데도 성매매 혐의를 문제 삼은 것도 있다. 반대로 살인으로 복역한 2명은 항소를 거쳐 자격증을 받았다.
게다가 주지사와 주 정부가 임명하는 미용업 이사회 13명은 이러한 심리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심문관의 제안과 심리 기록만 보고 결론을 내린다.
NBC뉴스는 펜실베이니아의 미용법처럼 각 주 정부와 지역 당국이 만든 수만개의 규제로 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들은 사회 안착이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 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과가 있는 성인 3명 중 1명은 이런 규제로 영향을 받으며 이는 결국 재범률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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