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스폿 우려' 컸던 다라비, 확진자 발생 주춤
"강력한 주민 통제, 공격적 검사·격리 및 각종 지원 영향"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의 아시아 최대 빈민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통제에 어느 정도 성공해 화제다.
BBC방송과 현지 언론은 뭄바이의 슬럼가 다라비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최근 꺾이기 시작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배경이기도 한 다라비에서 4월 1일 첫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만 하더라도 인도의 방역 전문가들은 이곳이 코로나19 확산의 '핫스폿'(집중 발병 지역)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2㎢ 남짓한 좁은 지역에 50만∼100만명가량이 살 정도로 주거 환경이 밀집됐기 때문이다.
다라비의 주택들은 네모난 성냥갑을 붙여 놓은 것처럼 다닥다닥 배치됐다. 화장실 없이 침실과 간단한 부엌만 갖춘 작은 집에는 7∼8명 이상이 몰려 산다.
인디아투데이에 따르면 다라비 주민들의 90%가 1천500여개의 공용 화장실을 이용한다.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길도 좁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는 꿈도 꾸기 어려운 환경이다.
실제로 다라비에서는 5월 들어 연일 수십명의 확진자가 발생, 우려를 증폭시켰다.
하지만 하루 확진자 수는 최고 43명에서 최근 19명으로 줄었다. 확진자가 두 배로 불어나는 기간도 18일에서 78일로 많이 늘어났다.
현재 누적 확진자 수는 2천명 수준으로 적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애초 전문가들이 예상한 최악의 감염 사태는 피한 셈이다.
반면 뭄바이에서는 23일 현재 6만7천586명의 누적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이다.
다라비의 바이러스 확산세가 주춤해진 것은 강력한 주민 통제 조치와 각종 지원 등 민관이 총력 대응한 결과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당국은 다라비가 가진 '전염 폭발성'을 간파하고 일찌감치 경찰과 의료진을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언론을 통해 다라비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자원봉사자들도 대거 가세했다.
경찰은 골목 곳곳을 누비며 주민에게 외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차량 방송 등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당국과 의료진은 감염자 추적, 검사, 격리 등을 공격적으로 진행했다. 현지에 설치된 의료 센터에서는 36만명의 열을 체크했고 1만1천건의 검사가 진행됐다.
1만명 이상이 학교, 결혼식장 등 시설에 수용되거나 자가 격리됐다. 이 가운데 상태가 나빠진 환자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화장실 등 공용 시설에 대한 방역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사람들의 외출을 최대한 막기 위해 무료 음식도 제공했다.
거주민 중 15만명 이상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인구 밀집도가 낮아진 것도 바이러스 확산 억제에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귀향한 이들은 코로나19 억제 관련 봉쇄 조치로 일자리를 잃자 다라비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다라비 담당 지역 당국 관리자인 키란 디카브카르는 BBC방송에 "사회적 거리 두기 작업 없이 감염의 고리를 끊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외출 통제 조치나 의료·음식 지원이 계속 이어지기 어려운 데다 용수 부족 등 생활 환경이 여전히 열악하다는 점에서 예상치 못한 시점에 확진자가 폭증할 가능성도 있다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한편,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23일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44만215명으로 전날보다 1만4천933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312명 추가돼 누적 1만4천11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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