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이효철 교수팀, 펨토초 특수광원으로 화학결합 진행 중 원자 관찰
"촉매반응·인체 내 생화학반응 메커니즘 규명·효율 향상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원자들이 결합해 분자가 만들어지는 화학결합 전체 과정에서 원자들의 실제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이효철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서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X-선자유전자레이저(펨토초 X선 펄스)를 이용, 화학결합을 형성하는 분자 내 원자들의 실시간 위치와 운동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화학반응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체 과정의 원자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다. 이 교수팀은 2005년 분자결합이 끊어지는 순간을 관찰해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고, 2015년에는 화학결합이 끝나 분자가 탄생하는 순간을 포착해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이전 연구가 화학반응 시작과 끝의 원자들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라면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반응이 진행되는 동안 원자들의 움직임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화학반응 과정을 관찰하기 어려운 것은 원자 크기와 반응 공간이 옹스트롬(Å:1억분의 1㎝) 단위로 측정해야 할 만큼 작은 데다 반응속도는 펨토초(fs:1천조분의 1초) 단위로 측정해야 할 만큼 빠르기 때문이다.
파장이 수백나노미터(㎚:10억분의 1m)인 가시광으로는 원자를 관찰할 수 없고, 수천~수만분의 1초 정도의 시간분해능으로는 화학반응의 빠른 속도를 관찰할 수 없다.
연구팀은 화학반응의 펨토초 순간을 관측하기 위해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X-선 자유전자 레이저(펨토초 X선 펄스)를 이용했다.
펨토초 X선 펄스는 파장이 10~0.01㎚로 짧아 원자 단위 관찰에 적합하고 펄스 형태의 X선이 펨토초 단위로 방출돼 시간분해능도 우수하다.
연구팀은 물속에 녹아 있는 금(Au) 원자에 레이저를 쏴 금 원자 3개가 결합하는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이 과정을 펨토초 X선 펄스로 관찰했다.
화학반응이 진행 중인 금 원자들에 펨토초 X선 펄스를 쪼이면 X선 펄스가 원자에 부딪혀 산란하고 서로 간섭해 만들어지는 물결 모양 X선 산란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이 영상을 분석하면 펨토초 단위로 원자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분석 결과 3개의 금 원자로 이루어진 금 삼합체(trimer)는 결합해 두 개가 동시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두 단계에 걸쳐 결합해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이저를 쪼이면 35펨토초 후 가까운 거리에 있던 금 원자 2개 사이에 먼저 공유결합이 만들어지고 360펨토초 후에 3번째 금 원자가 먼저 결합한 두 금 원자에 결합해 금 원자 3개가 일직선을 이루는 삼합체가 완성된다.
연구팀은 화학결합 형성 후 원자들이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고 원자들 간 거리가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진동 운동을 하고 있음도 관측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단백질 같은 거대분자 반응뿐만 아니라 촉매분자의 반응 등 다양한 화학반응의 진행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해 나갈 계획이다.
제1 저자인 김종구 선임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연구해 반응 중인 분자의 진동과 반응 경로를 직접 추적하는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다양한 유·무기 촉매 반응과 체내 생화학적 반응 메커니즘을 밝혀내면 효율이 좋은 촉매와 단백질 반응과 관련 신약 개발 등을 위한 기초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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