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반부패 상징' 모루, 대권 꿈꾸나…대선후보 추대 움직임

입력 2020-06-24 04:43  

브라질 '반부패 상징' 모루, 대권 꿈꾸나…대선후보 추대 움직임
재계 인사들, 2022년 대선 겨냥 정치적 모임 결성…극우세력은 배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재계에서 권력형 부패 수사의 상징적 인물인 세르지우 모루 전 법무부 장관을 대선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주목된다.
이들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극우주의자들을 배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모루 전 장관을 우파 진영의 대안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23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남부 지역의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재계 인사들은 최근 헌법과 민주적 제도 수호를 명분으로 내건 '법의 민주적 시민'이라는 이름의 모임을 만들어 2022년 대선 정국에 뛰어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이 모임을 정당으로 전환하고 모루 전 장관을 대선후보로 내세운다는 목표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기업인 파비우 아과요는 "모루 전 장관은 우리를 대표하고 합법적인 국가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그의 가족, 추종자들이 창당을 추진하는 '브라질을 위한 동맹'(APB)과 차별화를 강조하면서 "'법의 민주적 시민'은 헌법을 지지하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극우 세력과는 손을 잡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18년 대선에서 사회자유당(PSL)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으나 지난해 11월 중순에 탈당하고 복음주의 개신교 세력의 지지를 배경으로 창당을 추진해 왔다.
'브라질을 위한 동맹'의 정강 정책 가운데 일부는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1964∼1985년)에 존재했던 정당인 국가혁신동맹(ARENA)보다 더 극우적인 성격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루 전 장관은 과거 연방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권력형 부패 스캔들을 파헤치는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 2016년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으로부터 '50인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데 이어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가 꼽은 '2010년대를 빛낸 50인' 명단에도 브라질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초 보우소나루 정부가 출범하면서 법무부 장관으로 입각한 이후에도 여론의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꾸준히 거론됐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연방경찰에 정보·수사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등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했고, 이를 거부하는 연방경찰청장을 일방적으로 해임하자 이에 반발하며 지난 4월 24일 사임했다.
모루 전 장관이 대통령의 직권남용을 사임 이유로 제시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fidelis21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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