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적지 않는다면 한미 국민에 폐 끼치는 것"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회고록을 놓고 청와대가 사실 왜곡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진실을 쓴 것이라고 반박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회고록이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지 않고 사실을 왜곡했다고 한국 정부가 밝혔다는 취지의 사회자 질문에 "보라. 한국의 유권자나 미국의 유권자가 그것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시점에 이런 일들에 관해 진실을 적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폐를 끼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볼턴은 이날 발간한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북미 정상 간 2018년 6월 싱가포르 첫 회담에서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까지 이어지는 격동의 시기를 2개 장에 걸쳐 상세히 적었다.
여기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 및 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내용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또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하거나 통화한 내용까지 책에 실었다.
특히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통하는 볼턴은 북미 비핵화 합의가 북한에 제재 해제라는 선물만 안겨줄 수 있다는 관점에 입각해 자신을 이런 비핵화 합의 도출을 막으려고 노력한 인물로 묘사했다.
이렇다 보니 미국과 북한의 중재역을 한 한국 정부를 향해 북한 비핵화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식으로 평가하거나, 북미 비핵화 외교를 '한국의 창조물'이라고 표현하는 등 한국 정부에 부정적 태도로 기술했다.
이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2일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의용 실장도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한 뒤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미 정부에 재발 방지 조처를 주문하기도 했다.
볼턴의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과 지어낸 이야기의 모음"이라고 반박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진위 논란에 부딪힌 상황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볼턴에 대해 "(기밀을) 누설하거나 상황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백악관) 회의에서 배제됐다"면서 미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 도청 및 사찰 의혹을 폭로한 뒤 해외로 도주한 에드워드 스노든에 비유하기도 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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