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질량 23배 블랙홀 2.6배 천체 합병…중성자별-블랙홀 '질량 간극' 푸는 단서될 듯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중성자별이라고 하기엔 크고 블랙홀이라고 보기엔 작은 어중간한 천체가 관측돼 큰 별의 '잔해'인 중성자별과 블랙홀 간 '질량 간극'(mass gap)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푸는 단서가 될지 주목된다.
태양보다 질량이 훨씬 큰 별들은 대부분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초신성으로 폭발한 뒤 블랙홀이 되지만 질량이 부족할 땐 중성자별을 남긴다. 중성자별은 태양 질량의 2.5배를 넘지 않고 블랙홀은 5배 이상이라는 것이 기존 모델인데, 둘 사이의 질량 간극에 들어가는 천체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첨단 시설로 중력파를 관측해온 '라이고(LIGO·레이저간섭중력파관측소)-버고(Virgo) 중력파 연구단'에 따르면 국제 연구팀은 지난해 8월 14일 중력파가 검출된 'GW190814'에서 기존 모델에서 벗어난 태양 질량 2.6배의 천체를 발견했다고 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중력파가 지구에서 약 8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 질량 23배에 달하는 블랙홀이 문제의 천체를 병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천체가 지금까지 관측된 질량이 가장 작은 블랙홀인지 아니면 가장 큰 중성자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논문 공동저자인 노스웨스턴대학 물리천문학과의 비키 칼로게라 교수는 "이 천체가 가장 무거운 중성자별인지, 가장 가벼운 블랙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기록을 깨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천체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예측은 됐지만 관측으로 확인되지 않은 블랙홀에 합병되는 중성자별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태양 질량의 2.6배는 중성자별 최대 질량 예측을 초과하는 것이어서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가벼운 블랙홀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고 과학협력단 대변인인 위스콘신대학의 패트릭 브래디 교수는 "이번 결과는 과학자들이 중성자별과 블랙홀에 관해 말하는 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라면서 "중성자별과 블랙홀 간의 질량 간극은 관측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일 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으며, 시간과 추가 관측이 그 답을 말해줄 것"이라고 했다.
라이고-버고 중력파 연구단은 GW190814 중력파가 검출되자마자 천문학계에 긴급 통지해 수십대의 지상 망원경과 우주망원경이 후속 관측에 나섰지만 어떤 빛 신호도 포착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검출된 중력파 중에서는 중성자별끼리 충돌한 'GW170817'만 후속 관측이 이뤄졌다.
연구팀은 GW190814가 GW170817에 비해 6배나 더 먼 거리에서 발생했고, 빛이 포착되지 않는 블랙홀끼리 충돌했거나, 큰 블랙홀이 작은 중성자별을 한꺼번에 삼켜 후속 관측이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GW190814의 블랙홀과 작은 천체의 질량비는 9대1로 중력파 천체 중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4월 두 블랙홀 간의 합병 때 발생한 GW190412는 천체 간 질량비가 4대1 정도였다.
칼로게라 교수는 "팩맨이 작은 점(쿠키)을 삼키는 것과 같았을 것"이라면서 "질량이 고도로 비대칭적일 때 작은 중성자별은 한입에 먹힐 수 있다"고 했다.
라이고 예산을 지원해 온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중력물리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페드로 마로네티 박사는 "질량 간극은 수십년간 흥미로운 퍼즐이 돼왔으며 이제 이에 맞는 천체를 발견하게 됐다"면서 "이는 별의 진화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나 고밀도 물질에 관한 이해를 거부하지 않고는 설명될 수 없는 것으로, 중력파가 새로 감지될 때마다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주는 중력파 천문학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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