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도입 10년…183개사 상장·94개사 합병 성공

입력 2020-06-24 12:00  

스팩 도입 10년…183개사 상장·94개사 합병 성공
유망기업 상장 수단으로 정착…유가증권시장 상장은 '0건' 한계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제도 도입 이후 지난 10년간 총 183개의 스팩이 상장했고 이 중 94곳이 비상장 기업을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망기업의 코스닥시장 상장 수단으로 정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스팩을 통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는 점에서 소형사의 증시 창구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2월 스팩 제도를 도입한 이후 지난 5월까지 스팩 183개사(코스피 3개사·코스닥 180개사)가 신규 상장했다.
스팩은 증권사가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상장하는 페이퍼컴퍼니로 상장 이후 3년간 비상장기업을 물색하고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우회 상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상장 후 94개사가 합병에 성공(85개사)했거나 합병을 진행 중(9개사)이다. 2017년 6월 이후 상장해 합병기한(3년)이 남은 스팩을 제외하면 합병 성공률은 64.3% 수준이다.
합병기한을 채우지 못하고 상장폐지된 스팩은 총 43개사였다.
다만 스팩 대부분이 공모자금 전액을 증권금융 등에 예치하고 있어 상장폐지된 경우에도 투자자는 공모자금과 이자를 모두 반환받을 수 있다.
합병 후 주가는 대체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합병에 성공한 85개사는 상장 승인일 3개월 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평균 45.6% 상승했다.
금감원은 "67개사는 주가가 평균 59.9% 상승했지만, 18개사는 7.7% 하락해 대체로 합병 공시가 호재로 작용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합병법인의 주가는 합병 후 6개월간 평균 5.2%, 1년간 평균 11.1%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합병 이후 실적은 엇갈렸다.
2018년까지 합병에 성공한 68개 스팩 중 43개사 합병 1년 후 매출이 증가(34.7%)했으며 이 중 30개사는 2년 연속 매출이 증가했다.
그러나 공모자금 유입에 따른 연구개발(R&D) 지출 증가나 합병 준비 비용 발생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은 대체로 감소(42개·-111.9%)했다. 손실로 전환(14개·-237.2%)한 곳도 많았다.
금감원이 스팩 운용실적이 많은 증권사 관계자 42명을 대상을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 미래이익을 반영한 가치평가(26%) ▲ 중소기업 기업설명(IR) 어려움 해소(19%), 안정적인 공모자금 조달(17%) 등의 이유로 코스닥시장 상장 수단으로 스팩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스팩을 통해 상장한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스팩 자체가 제도 도입 초기인 2010년 3곳 이후 없다.
공모 규모도 2010년에는 평균 약 268억원이었지만 2014년 이후 약 96억5천만원으로 축소됐다.
금감원은 "대형법인이 상장하는 유가증권시장 특성상 합병 대상 법인 탐색이 어렵고, 우회상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스팩 상장보다 일반 공모를 선호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효율적인 스팩 운영을 위해 관련 제도 개선도 검토 중이다.
임원의 M&A 경력 등 핵심정보를 증권신고서에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공시 서식을 개정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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