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시 음식 충분히 익혀야…일부는 열로도 사멸 안 돼"
"조리 후 즉시 섭취하고, 조금이라도 상했다고 느껴지면 무조건 버려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고온 다습한 한여름 장마철에는 세균이 활발하게 번식해 식중독에 걸리기 쉽다. 간밤에 즐겼던 야식을 실온에 방치했다가 다시 먹었다가는 꼼짝없이 배앓이를 할 수도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무더운 여름과 장마철에는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장염 비브리오균 등에 의한 식중독이 주로 발생한다.
가장 빨리 증상이 나타나는 건 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이다. 이 균의 독소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으면 1시간에서 6시간 이내에 구토와 설사를 하게 된다. 이 경우 항생제나 지사제 복용보다는 충분한 수분공급과 같은 대증요법을 쓰는 게 좋다.
살모넬라균은 닭과 오리와 같은 가금류나 계란 등에 의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살모넬라균은 열에 취약하므로 충분히 가열하는 것만으로도 감염을 피할 수 있다. 다만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2차 오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도마, 칼 등 조리도구를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장염 비브리오균은 바닷물에서 사는 세균으로, 수온이 상승하면 빠르게 증식한다. 이 세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으면 식중독에 걸릴 수 있으므로 익혀서 먹는 게 좋다. 신선한 어패류를 구매하고, 구매한 식품은 신속히 냉장 보관해야 한다. 냉동 어패류도 냉장고에서 해동한 후 흐르는 수돗물로 잘 씻고 속까지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식중독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신선한 음식을 고르고, 냉장 보관한 뒤 섭취 전에 충분히 익히는 것이다. 저장은 4℃ 이하에서, 가열은 60℃ 이상에서 해야 한다. 음식 조리와 식사 전후 깨끗하게 손을 씻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는 "식중독균은 10∼40℃ 환경에서 급속히 증식한다"며 "특히 연일 비가 내리는 장마철에는 습도가 높아 세균이 더욱더 빠르게 번식하므로 음식을 실온에 방치해선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가열했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포도상구균, 바실루스균, 클로스트리듐균의 독소는 가열 후에도 증식할 수 있으므로 조리 후 즉시 섭취하는 게 안전하다.
이 교수는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 일부 세균의 독소를 고려해 음식이 조금이라도 상했다고 생각이 들면 무조건 버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식중독에 의한 설사가 지속하면 탈수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다만 설사를 멎게 하려고 임의로 지사제를 복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지사제가 오히려 독소의 배출을 막아 증상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진단 하에 사용해야 한다.
가벼운 식중독은 별다른 치료 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 충분히 수분을 섭취한 후 미음이나 죽 같은 부드러운 음식부터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에서 식사량을 천천히 늘려가는 것이 좋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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