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활성화 총력전 펼치는 민감한 시점…살비니도 "사과하라" 맹공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영국계 대표 저가 항공사인 이지젯이 이탈리아 남부 지역을 마피아 활동 거점으로 묘사해 지탄을 받았다.
2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지젯은 최근 웹사이트 여행 가이드에서 이탈리아 칼라브리아주를 "마피아 활동과 지진의 역사 때문에 관광객이 잘 찾지 않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로마나 베네치아 같은 유명 도시가 없어 대체로 무시되는 곳이라고도 언급했다.
이지젯은 이어 "관광객에 방해받지 않는 '돌체 비타'(달콤한 인생)를 찾는다면 이곳이 제격"이라고 부연했다.
전체 글의 취지는 한적하게 이탈리아의 멋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탈리아반도와 닮은 장화의 발가락 끝부분에 해당하는 칼라브리아는 실제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 가운데 하나인 '은드랑게타'의 본고장이다.
하지만 현지에선 마피아 활동으로 관광객이 방문을 꺼리는 위험 지역이라는 인상을 주는 해당 표현을 모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사 직전에 놓인 관광산업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와중에 일어난 일이라 특히 더 민감하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남부지역 정책을 총괄하는 주세페 프로벤차노 남부장관은 23일 트위터를 통해 "다른 말은 필요 없다. 이지젯은 칼라브리아와 이탈리아에 사과하라"고 했고,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도 "용인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유럽의회 교통관광위원회 소속인 라우라 페라라 의원은 "이탈리아 남부에 덧칠된 편견은 이제 사라질 때가 됐다"면서 유럽의회에서 이를 문제 삼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자 이지젯은 성명을 내어 "본의 아니게 모욕을 야기했다면 용서를 구한다"면서 문제가 된 문장을 삭제하고 다른 표현으로 대체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관련 여행 가이드 글에는 "지상낙원과 같은 칼라브리아의 해안선은 그동안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았던 곳"이라며 "이탈리아가 간직한 전통의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칼라브리아보다 더 좋은 곳을 발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쓰여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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