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1주일간 연장 투표…본 투표일은 다음 달 1일"
푸틴 "국가 상황 바뀌어 개헌 필요" vs 야권 "장기집권 술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30년 이상 장기집권 길을 열어줄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25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됐다.
본 투표일은 다음 달 1일이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소를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이유로 이달 30일까지 6일간의 사전 투표를 허용했다.
이와 함께 수도 모스크바를 포함한 2개 지역에선 인터넷을 통한 전자 투표도 할 수 있도록 했다.
개헌 국민투표는 당초 4월 22일 예정됐으나 코로나19로 한차례 연기됐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8시부터 전국의 9만6천여개 투표소들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투표는 저녁 8시까지 실시된다.
모스크바의 3천600여개 투표소에서도 같은 시간대에 투표가 이루어진다.
선관위는 시간당 8~12명 정도만 투표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배정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발열 검사를 하고, 1시간마다 10분 동안 투표소를 닫고 사람들을 나가게 한 뒤 내부를 소독하기로 했다.
모스크바와 중부 니줴고로드주(州)에선 25~30일까지 엿새 동안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전자투표도 실시한다.
선관위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유권자의 약 15%인 109만명, 니줴고로드주에선 유권자의 5%인 약 11만명이 전자 투표를 신청했다.
선관위는 다음 달 1일 본 투표가 끝나고 난 뒤 개표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월 중순 연례 국정연설에서 전격적으로 개헌을 제안한 바 있다.
현행 헌법이 소련 붕괴(1991년) 이후 러시아가 극심한 정치 혼란에 빠져 있던 1993년 채택된 것인 만큼 정치·경제 상황이 안정된 지금은 개정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의회 심의와 헌법재판소 판결을 모두 통과해 국민투표 승인만을 남겨 둔 개헌안에는 대통령과 의회, 사법부, 지방정부 간 권력 분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대통령의 임기도 두차례로 못 박아 장기 집권 가능성을 차단했다.
문제는 2024년 4기 임기를 마치는 푸틴 대통령이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도록 그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조항이 개헌안에 포함된 것이다.
기존 임기가 백지화되지 않으면 개헌안에 포함된 '동일 인물의 두 차례 넘는 대통령직 수행 금지' 규정 때문에 푸틴의 2024년 대선 도전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국민투표에서 예상대로 개헌안이 통과되면 푸틴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역임할 수 있다.
4년 간의 실세 총리 재직 기간(2008~2012년)을 뺀다고 하더라도 2000년에 집권한 그가 30년 넘게 크렘린궁에 머무는 초장기 집권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21일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개헌이 확정되면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하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야권은 개헌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합법화하기 위한 술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동시에 전자 투표와 7일간에 걸친 연장 투표로 투표 조작 가능성도 커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원내 제1야당인 공산당은 유권자들이 국민투표에서 '반대' 표를 던질 것을 요청했고, 일부 야권 단체들은 선거 거부를 주문했다.
하지만 크렘린궁이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개헌안은 국민투표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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