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지도 상승…고노담화 발표한 고노 요헤이 아들
외무상 시절 징용문제로 한국과 대립…외교결례 논란·정계 이단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이 적 기지 공격능력을 보유하는 것에 관한 논의 계기를 제공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이 인지도를 높이면서 차기 총리를 향한 경쟁에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2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노 방위상은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와 관련해 "다음에 나간다고 말했다. 당연히 생각한다"고 전날 위성방송 BS닛폰(日本)TV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말했다.
그는 최근 차기 총재 후보로 지지율 오르는 것에 관해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고맙다"고 반응했다.
의원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큰 데 자민당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을 고려하면 고노 방위상의 발언은 사실상 차기 총리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은 것으로 풀이됐다.
고노 방위상은 최근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어 이날 발언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교도통신의 5월 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적합한 인물로 고노 방위상을 꼽은 응답자는 4.4%였는데 최근 조사에서는 9.2%로 상승했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차기 총리 후보로서의 순위가 4위였는데 한 달 사이에 3위로 상승한 것이다.
아베 총리가 후계자로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을 5.9% 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고노 방위상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 중단 결정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2천억원이 넘는 거액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 이지스 어쇼어 사업을 중단한다고 최근 전격 발표했으며 아베 총리도 이를 수용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아베 총리는 이지스 어쇼어 사업 취소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고노 방위상이 적극적으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가 소신을 관철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는 이지스 어쇼어 중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의견이 23%로 부정적 의견(19.4%)보다 많았다.
또 애초에 이지스 어쇼어를 추진하지 않는 것이 나았다는 의견도 44.4%에 달했다.
여론의 반응을 고려하면 이지스 어쇼어 중단은 고노 방위상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재료가 된 셈이다.
이지스 어쇼어 중단으로 방위성과 배치 예정지를 지역구로 둔 정치인 등은 발칵 뒤집어졌지만 정계의 이단아로 평가받아 온 고노 방위상은 차기 총리 경쟁에서 입지를 강화한 상황이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河野)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 의장의 아들이다.
고노 방위상은 일본의 역사적 과오에 관해 사죄한 아버지와 달리 외무상 시절 징용 문제를 놓고 한국 측과 날 선 대립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작년 7월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면서 사전 약속을 어기고 남 대사의 발언을 중간에 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했으며 한국 정부의 태도가 "극히 무례"하다고 거친 표현을 써 외교 결례 논란을 빚었다.
이지스 어쇼어 취소를 계기로 아베 정권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관해 논의를 가속하면서 정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은 탄도미사일 발사 시설 등 적국 내에 있는 기지를 폭격기나 순항 크루즈 미사일로 공격해 파괴하는 능력이다.
일본이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논쟁을 재료로 국회 해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차기 총리 후보로는 아베 총리의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의 인기가 가장 높다.
이지스 어쇼어 취소와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관한 논쟁이 가열하면 고노 방위상의 존재감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차기 총리 경쟁 구도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