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23년 만에 '7월 1일 주권반환 기념 집회' 첫 금지

입력 2020-06-28 12:53  

홍콩 경찰, 23년 만에 '7월 1일 주권반환 기념 집회' 첫 금지
민간인권전선 "갈수록 심각해지는 홍콩 인권 상황 보여줘"
홍콩 정부에 '미운털' RTHK, 주권반환 기념식 중계권 잃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 1997년 홍콩 주권반환 후 처음으로 홍콩 재야단체가 주관하는 7월 1일 주권반환 기념 집회가 금지됐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이 신청한 7월 1일 주권반환 기념 집회를 불허한다고 밝혔다.
민간인권전선은 7월 1일 오후 3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집회를 한 후 홍콩정부청사까지 행진할 예정이었다.
지난 1997년 홍콩 주권반환 후 매년 개최돼 온 주권반환 기념 집회는 홍콩 시민사회에 상징성이 매우 큰 집회이다.
지난 2003년에는 홍콩 정부가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같은 해 7월 1일 50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나와 "국가보안법 반대"를 외치자 법안을 취소했다.
지난해 7월 1일에는 55만 명의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과 사회 불안 우려 등을 집회 불허의 근거로 내세웠다.
코로나19 확산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홍콩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점차 완화하고 있지만, 아직 참여 인원이 50인을 넘는 모임이나 집회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민간인권전선은 연령대별로 혹은 주소별로 소그룹을 만들어 집회에 참석하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반영한 7월 1일 집회 계획을 제시했지만,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간인권전선은 홍콩 공공집회·행진 상소위원회에 상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7월 1일 기념 집회가 허가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홍콩 소셜미디어에서는 경찰의 금지에 저항해 7월 1일 기념 집회를 강행하자는 의견도 올라오고 있다.
민간인권전선 지미 샴 대표는 "경찰이 집회의 권리를 계속 억압하는 것은 홍콩 인권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홍콩보안법 시행 후 인권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 5월 1일 노동절 시위, 6월 4일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기념 집회 등 1997년 주권반환 이후 계속 허용해 오던 연례행사 격의 시위를 올해는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홍콩보안법을 강행하는 중국 중앙정부의 '심기'를 살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의 강경한 대응 등으로 인해 지난해 격렬했던 홍콩 시위는 최근 그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이다.
홍콩 경찰은 야당 소속 구의원들이 이날과 7월 1일 개최하려고 했던 홍콩보안법 반대 집회도 금지했고, 구의원들은 집회를 취소하기로 했다.



한편 홍콩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공영방송 RTHK가 7월 1일 주권반환 기념식 중계권 등을 잃었다고 홍콩 언론이 전했다.
홍콩 완차이 컨벤션센터 앞 골든 보히니아 광장에서는 매년 7월 1일 오전 8시 홍콩 행정장관과 고위 관료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기 게양 등 주권반환 기념식이 열린다.
RTHK는 매년 이 기념식을 중계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했지만, 올해는 홍콩 최대 민영 방송사인 TVB가 이를 맡기로 했다.
최근 홍콩 정부는 비판적인 기조를 유지해 온 RTHK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RTHK의 정치 풍자 프로그램 '헤드라이너'(Headliner·頭條新聞)가 홍콩 경찰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내용을 내보내자, 홍콩 당국은 이에 대한 제재를 내렸다. 결국 RTHK는 헤드라이너를 종영했다.
나아가 홍콩 정부는 공무원들로 이뤄진 조직을 만들어 RTHK의 운영을 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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