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일본 미래 토론회'…"아베, 납치문제를 국교정상화 방해에 활용"
교도통신 전 논설위원 "올 8월 징용소송 문제로 한일관계 급격히 악화 가능성"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 국교 정상화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29일 일본 중의원 제1의원회관 지하 대회의실에서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주최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2018년의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평양·도쿄 연락사무소 개설을 공약한 바 있다"며 북일 간의 국교 정상화 문제를 언급했다.
와다 명예교수는 북한과 일본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쿠바와 조건 없이 국교를 수립했던 사례를 좇아 우선 국교를 정상화해 상호 대사관을 개설한 뒤 4개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 핵미사일, 납치, 경제협력, 제재 해제 문제를 다루는 교섭에 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어 국교가 정상화하면 문화교류와 인도 지원은 자연스럽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가 만료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후보여서 와다 교수의 이날 언급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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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다 교수는 아베 총리가 2006년 1차 집권 시절 국책으로 내세운 납치 문제 관련 3원칙을 고수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했다면서 납치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국교 정상화를 막는 도구로 활용했다고도 비판했다.
'아베 3원칙'으로도 불리는 이 3원칙은 납치문제가 일본의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지적하면서 납치문제 해결 없이는 국교 정상화도 없고, 납치 피해자 전원이 생존해 있으며 즉시 모두 돌려보내라는 요구다.
이와 관련, 와다 교수는 "납치사건은 북한의 범죄행위이고,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만들어 모든 것을 고정화해 속박시키는 문제를 낳았다며 이를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비유하면서 아베 정권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베 정부가 북한이 사망했다고 하는 납치 피해자들이 살아 있다고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계속 주장하면서 그쪽으로 국론을 하나로 모아 다른 의견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북한과 협상하기 위해서는 아베 3원칙을 폐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북한이 사망했다고 하는 피해자에 대해선 생존해 있을 것이라고 계속 주장하지 말고 사망 경위에 관한 설명을 요구하고, 입국하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다른 경위가 없는지 따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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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부가 생존 가능성을 주장하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 12명과 관련, 북한이 요코타 메구미(1977년 실종 당시 13세) 등 8명은 사망했고 다른 4명은 북한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면서 '해결할 납치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전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북한 전문가로 활동하는 히라이 히사시(平井久志) 전 교도통신 논설위원은 최근 북한이 대남도발을 한 이유로 '유엔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 '민족(북한)과 동맹(미국) 사이에서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분신(아바타)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위 강화' 등 3가지를 꼽았다.
히라이 전 위원은 이어 북한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 간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올 8월 징용 피해자 배상 소송과 관련해 한국에서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진행될 경우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 등을 통한 선거 전략으로 활용할지 모른다며 일본 내에서 반한 분위기가 증대하는 것에 매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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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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