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전문가 "홍콩 내 분리주의자에 대한 경고"
홍콩 경찰, 4천명 배치해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대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30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통과를 앞두고 홍콩 주둔 중국군이 실탄훈련 장면을 공개해 일종의 '으름장'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30일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킬 전망이다. 통과 직후 홍콩 정부가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 부칙에 삽입,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처럼 미묘한 시점에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이 저격수들의 훈련 장면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는 전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공식 계정에 홍콩 내 모 지역에서 홍콩 주둔 중국군 소속 저격수들이 실탄 훈련을 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2분가량의 이 동영상에서 저격수들은 장거리 사격, 이동하는 목표물 사격, 흔들리는 판자 위에서의 사격 등 각종 실전 사격을 하며 기량을 겨룬다.
동영상에서 한 장교는 "이번 훈련은 저격수들이 실제 전투에 대비하도록 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군사 전문가들은 홍콩보안법 시행을 앞둔 미묘한 시점의 이러한 훈련 공개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앤서니 웡(黃東) 마카오국제군사학회 회장은 "동영상 공개의 의미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는 분명히 홍콩과 대만의 분리주의자에 대한 경고"라고 밝혔다.
그는 "홍콩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에서는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는 것보다 저격수를 배치하는 것이 특정 요인 사살 등에서 효율적"이라며 "홍콩 주둔 중국군이 도심에 배치되지는 않겠지만, 이들은 홍콩 내 테러리즘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존 리 홍콩 보안장관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지난해부터 폭발물, 화기 등과 관련된 18건의 사건에서 76명의 피의자를 체포했으며, 7개 급진주의자 그룹을 기소할 방침이다.
한편 홍콩 경찰은 30일 오후부터 도심 주요 지역에 4천여 명의 병력을 배치해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에 대비할 예정이다. 홍콩섬과 카오룽웨스트 지역 등에는 물대포 3대를 배치하기로 했다.
홍콩 곳곳에서는 사복경찰이 불심 검문을 하고, 시위가 발생하는 즉시 해산시키는 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7월 1일 주권반환 기념식이 열리는 장소는 차량 통행을 차단하고 대형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원천 봉쇄에 나섰다.
홍콩 완차이 컨벤션센터 앞 골든 보히니아 광장에서는 매년 7월 1일 오전 8시 홍콩 행정장관과 고위 관료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기 게양 등 주권반환 기념식이 열린다.
매년 7월 1일 홍콩 도심에서는 주권반환 기념 시위도 열리지만, 홍콩 경찰은 지난 1997년 주권반환 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이를 불허했다.
7월 1일 시위를 강행하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최근 홍콩 시위의 동력이 크게 떨어져 실제 시위 여부는 미지수이다.
전날 홍콩 도심에서 벌어진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에도 소수의 시민만 참여했으며, 경찰은 구의원 2명을 포함해 53명을 무더기로 체포했다.
'홍콩 자치'를 주장해 온 학자인 친완(陳雲)이 사회운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홍콩 민주파 진영 내에서도 홍콩보안법 시행을 앞두고 위축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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