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서안 합병 늦춰지나…국방장관 간츠 "코로나에 집중"

입력 2020-06-30 01:58  

이스라엘, 서안 합병 늦춰지나…국방장관 간츠 "코로나에 집중"
"7월1일 불가침의 날짜 아냐"…네타냐후 총리는 불편한 심기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연립정부를 구성한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 일부 지역의 합병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츠 장관은 이날 예루살렘에서 에이비 버코위츠 미국 백악관 특사,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미국대사와 만나 서안 합병 시점에 대해 "7월 1일은 불가침의 날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간츠 장관의 측근을 인용해 보도했다.
간츠 장관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것이 더 절박한 문제"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간츠 장관은 이날 자신이 이끄는 중도 성향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의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회의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과 관련되지 않는 것은 바이러스가 물러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간츠 장관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서안 합병을 늦추라고 촉구한 것으로 분석했다.
간츠 장관이 언급한 것처럼 이스라엘에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27일 621명으로 12주 만에 600명을 넘었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29일 공공 모임의 참가 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하는 등 일부 규제를 다시 강화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코로나19를 내세운 간츠 장관의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자신이 속한 보수 리쿠드당 회의에서 서안 합병에 대해 "그 문제는 청백당에 달린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 4월 네타냐후 총리가 간츠 장관과 타결한 새 연립정부 합의안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의회, 내각에서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과 요르단계곡을 합병하는 법안을 추진할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7월에 서안 합병을 이행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혀왔지만 이슬람권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29일 성명으로 이스라엘의 서안 합병이 불법이고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랍권 국제기구 아랍연맹(AL)도 올해 4월 이스라엘의 서안 합병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냥한 새로운 전쟁범죄라고 규탄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점령한 지역이며 이스라엘은 이곳에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정착촌을 계속 건설해왔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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