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부장관, 이르면 7월중 방한할듯…대북 메시지 주목
先실무협상 촉구하며 북 태도변화 요구…대선 전 정상회담엔 의문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이르면 다음달 방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오는 11월 미 대선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북핵 문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 순위에서 밀릴 공산이 큰 상황에서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비핵화 협상의 향배를 가늠할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븍미 간 협상은 작년 2월 베트남 하노이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작년 6월 판문점 정상회동에서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하고, 적잖은 진통 끝에 작년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협상단이 만났지만 이 역시 결렬된 후로는 추가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비건 부장관은 29일(현지시간) 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전망 질문에 "지금과 미 대선 사이에 아마도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 대선 전 협상 타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 자체가 새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비핵화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대북특별대표를 겸직한 데다 미 행정부내 대표적 '협상파'로 통하는 비건 부장관의 입을 통해 미 정부의 시각이 확인된 셈이다.
다만 이날 발언은 정상회담 가능성 유무보다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 모양새다.
대선까지 불과 4개월여 남은 기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라는 제약을 고려하면 대선 전 정상회담은 물리적으로 어렵지만 실무협상을 진전시킬 여지는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날 외교를 향한 문을 계속 열어둘 것이라면서 "미국과 북한이 양쪽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당한 진전을 만들어낼 시간이 여전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전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상 간 '톱다운' 방식에 선을 그으면서 밑에서부터 올라가는 상향식 해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비건 부장관은 "북한과 합의를 하는 것은 북한에 달려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자신은 실무협상 과정에서 협상 타결시 미국이 내놓을 세부적인 계획까지 제시했지만 북측 협상단은 정작 핵심인 핵무기 관련 논의를 할 권한이 없었다는 고충을 털어놓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북한이 '행동 대 행동', '단계적 접근법'을 완강히 고수하고 미국의 선 제재 완화까지 요구하며 실무협상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모양새여서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재선 도전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북한이 섣부른 합의를 하기보다는 상황을 관망하며 협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부장관 취임 후 해외 출장길에 거의 오르지 않은 비건 부장관의 방한 추진은 대선 전 북한과 협상 진전을 타진할 마지막 시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그는 작년 12월에도 대북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해 "당신들(북한)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며 북한과 만남을 제안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 추진은 시기적으로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17일 워싱턴을 방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5일 한국전 발발 70주년 헌화식 때 이수혁 주미대사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이기도 하다.
미국의 협상 진전 의지가 분명하다면 대북 제재에 관해 유화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과 함께 제재 완화가 부담스러울 경우 남북 간 경협 등을 통한 우회로를 모색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다만 북한의 이렇다 할 호응이 없다면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발 악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메시지 관리 차원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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