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 코로나 발병지 갔다 달걀 세례맞은 극우 살비니

입력 2020-06-30 19:36   수정 2020-07-05 18:57

이탈리아 남부 코로나 발병지 갔다 달걀 세례맞은 극우 살비니
나폴리 인근 불가리아 이주민 다수 거주 지역
"코로나19보다 더 나빠" 주민 분노에 발길돌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정계의 '뉴스메이커'인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가 남부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지역을 찾았다가 쫓겨나다시피 하는 봉변을 당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살비니는 29일 오후(현지시간) 코로나19 감염자가 무더기로 나와 출입 통제 명령이 내려진 남부 캄파니아주 나폴리 인근 몬드라고네 마을의 한 아파트 단지를 방문했다.
700여명이 거주하는 이 아파트 단지의 확진자 수는 현재까지 50명 안팎인데 대부분 과수 농장에서 일하는 불가리아 이주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해당 아파트 단지 전체가 봉쇄된 상황에서 일터로 나가겠다며 항의하는 불가리아 이주민과 이에 반발하는 이탈리아 원주민들 간 갈등이 충돌 양상으로 변하며 폭동 진압 경찰까지 배치되는 등 긴장이 고조돼왔다.
반난민·반이주민 정책을 주창해온 살비니는 이탈리아 국기 색깔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기양양하게 현장에 도착했지만 그를 기다린 건 주민들의 분노와 적대감이었다.
살비니는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고성에 묻혀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상황이 됐다.



살비니에게로 접근하려는 성난 주민과 이를 막는 경찰 간 몸싸움도 벌어졌다. 살비니를 향해 생수를 뿌리거나 달걀을 던지는 주민도 있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머리를 다쳐 피를 흘리는 주민의 모습이 현지 언론 영상·사진에 잡히기도 했다.
험악해진 분위기에 결국 그는 연설을 포기하고 1시간 30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주민들은 떠나는 그에게 '앞잡이', '어릿광대' 등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살비니가 코로나19보다 더 나쁘다"는 외침도 들려왔다.
살비니는 이후 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민 사이에 외부에서 들어온 '불순분자'가 있다고 비난하며 "우리는 이탈리아인의 권리를 지켜야 하며, 불법 체류 이민자들을 쫓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며칠 뒤 다시 오겠다는 말도 남겼다.
캄파니아주 정부는 최소 다음 주까지 이 지역에 대한 봉쇄령을 유지할 방침이다. 봉쇄 기간에는 식료품을 사러 외출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중앙 방역당국에 식료품 지원을 요청했으나 실제 외부 반입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아파트 단지 주변 지역으로 바이러스 검사 범위를 확대한 주 정부는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을 경우 몬드라고네 마을 전체를 '레드존'으로 지정해 출입을 통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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